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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26. 2024

흑사병같은 과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1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십 삼번째



환불불가다. 뭐가? 당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은 돌이킬수 없다. 오늘은 후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어보았다. 멤버중 몇몇은 부러울 정도로 낙천적이기도 했다. 그때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고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리라 이야기한다. 나는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라 쓸데없는 상처를 다시 되새기는 편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이미 엎지러진 물이며 이미 흘러간 강물임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다만 그렇게 여겨야만 마음이 건강해질수 있음을 알기에 해야 하는게 더욱 이롭다. 과거에 나온 말과 행동은 이미 돌이킬수 없다. 어떻게든 바로잡고 싶어도 이미 끝나버린 기억의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아무리 염려해도 붙잡을수가 없다. 가끔 나도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때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만약 그런 걱정을 하루종일 해서 뭔가 바뀐다면 오늘 밤새서라도 해봐요"


그렇게 해서 돌아오는 결과는 내 마음의 불편함 뿐이다. 그리고 양가감정으로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도 있는데 심심풀이 땅콩으로 이야기 할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해봤자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피로도가 상당할수 밖에 없다. 또 우리가 여전히 과거의 행적에 아쉬워하는 것은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위안을 삼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Past라고 하는데 흑사병은 pest라 한다. 발음이 유사하다.

중세시대 흑사병이 몰아 닥칠 무렵에 이를 신의 분노와 징벌이라 여기며 "인류는 처절할 정도로 회개해야 한다"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채찍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몸을 때리면서 몸소 참회를 육체적 형벌로 이루어지게 하려고 했던 "고행자"들은 이미 엎질러진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에 그 화살을 본인들로 돌렸다. 지금 보기에는 대단히 상식불가의 행위이겠지만 그때 당시엔 그들은 진심을 다해 참회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볼때 우리 마음속 흑사병은 이미 현상황도 아니거니와 엎질러진 물이며 닦아진지 오래지만 그 여파는 어쩌면 우리에 의해 계속 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과거의 흑사벼...아니 애초에 흑사병도 아닌데 이미 그렇게 규정하고 내탓이구나라고 마음속 불편함으로 또다른 위안을 삼으려는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 본다. 채찍을 내려놓고 마데카솔을 발라도 시원찮을 판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반추하고 또 반추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은 쉽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에 대한 깊은 생각을 안할수가 없다. 사실 이미 알고는 있는데 방법도 알고있고 어떻게 내가 해야하는지도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을 포기 못하는 이유는 기저에 깔린 프레임 또는 신념이 아주 정말 진짜로 대단히 암반층을 뚫고 지구 내핵까지 들어가버린 상황이라 순간의 의지로만 해결하기에는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상식일지도 모른다.


바람 한번 불었다고 예전에 심어놓았던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것이 오히려 더욱 위험할수도 있다. 인디언의 "두 늑대에게 먹이를 누구에게 줄것인지"라는 가르침처럼 이미 깊게 심어진 나무는 다시 뽑고 그자리에 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 먹으며 도리어 판 구덩이에 다시 빠져버릴지도 모르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새순을 가져와 심어버리는 것. 그리고 더이상 이전 나무에는 물을 주지 않으려 하고 새순에 물을 주려고 하는 것이 내가 굳이 힘쓰지 않고 저절로 오랜 나무를 없애는 방법이며 동시에 새로운 나무를 키우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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