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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27. 2024

묻고 더블로 가!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1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십 사 번째



무언가가 현재 발목을 붙잡고 있음에도 꿋꿋이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무게가 너무 크므로 아예 내려놓기란 사실 쉽지 않은 거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자면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런 듯해 보였다. 작금의 모든 문제들을 뿅! 하고 없애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주저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거침없이 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좋을까... 투성이다. 마음속에는 어떤 조건이나 상태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그것을 실천하는데 우리는 항상 어려워한다. 왜냐? 내가 그러크든요~




예전에 전쟁 영화라든가 드라마에선 항상 덩치 크고 움직임이 둔해 보이는 커다란 무기를(백이면 백 도끼를 들고 있는) 들고 있는 전사는 반대쪽 진영을 향해 무작정 돌격을 시도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무조건 직진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주인공이 아니다. 오히려 날쌘 주인공들의 밥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클리셰는 항상 주인공이 일단 힘에 압도당해 당하다가 어느새 화려한 역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하튼 창작물에서는 이렇게 상남자식으로 보인다거나 덩치 커 보이는 전사 혹은 집단이 적을 향해 무작정 들이박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의 모습이 야만적이고 무식하다는 이미지가 잡혀있다. 아마 다들 공감하시리라 본다. 그런데 실제 역사에선 그들은 정예병이기도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특별대우를 해주는 경우가 흔했다.

생각해 보자. 적이 빽빽하게 뭉쳐있으며 순식간에 가장 목숨 날리기 쉬운 라인이 바로 적과 맞붙딪히는 전방인데 거기를 향해 돌진해 본다 생각해 보자. 적은 살벌한 창날을 끼고 정면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결국 누군가는 앞에 서서 돌격을 해야 했고 "죽기에 딱 좋은 날씨"라고 외칠만한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앞에 서서 달려들어가겠는가? 대표적으로 영주들의 치열한 땅따먹기가 있어왔던 중세에선 지금의 독일 지역 출신 용병들이었던 도펠죌트너라는 집단이 있었다. 이름에서부터 바로 그들이 위험수당을 제대로 받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Doppelsöldner, 은 Doppel은 더블, söldner는 수당 받는 자를 뜻한다.




이들 용병집단은 스위스 장창병들과 함께 각 국 영주들의 러브콜을 받았는데 명성뿐만 아니라 두 배의 수당을 받으며 앞라인에서 큰 양손검을 든 채로 적진을 붕괴시키러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전투에서의 돌격의 모습은 창작에서 그려 낸 모습과 실제 역사에서 많이 다르기도 한데, 이들 입장에서 목적을 위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무모한 상황에 돌격하는 것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라는 것이다.


이들도 사람이다. 이들도 같은 연약한 피부를 가지고 있고 돌부리에 넘어져도 상처를 입는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같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죽음을 각오하면서 돌진하던 이유는 용병으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위험수당과 명예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듯이 용기는 현재에 가지고 있는 관점에선 정말 무모해 보이고 자살골 넣는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목적을 위해 나아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창날이 빽빽이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생사의 현장은 아니지만 우리의 용기를 시험하는 상황들이 순간순간마다 항상 찾아온다. 때론 수동적으로 받기도 하고 삶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도 능동적으로 행할 필요가 있다. 용기나 인내 같은 대단하다고 여길만한 심적 상태는 어떤 순도 100프로의 하나의 감정을 가진 채로 행동하는 것이 아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음속은 여러 가지 감정이 항상 공존한다. 두려움에도 용기를 가지려 한다거나 슬퍼도 웃으려 한다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도 인내한다거나 하기 싫을 때도 욕하고 싶을 때도 실천하려 한다는 것은 당신뿐만 아니라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의 복합적인 마음상태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그 차이는 결국 감수하면서 결단했기 때문일 것이라 나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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