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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l 17. 2024

여름의 한복판에서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3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삼십 사 번째



덥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비도 인심 좋은 할머니처럼 그만 주셔도 되는데 한 바가지를 더 퍼부었다. 그리고 찾아온 습하고 쨍쨍한. 아~ 더워. 초복이 월요일이라 삼계탕을 먹을까 하다가 소고기로 대체했다. 그래서 음식 만족도는 초록 불인데 날씨 만족도는 빨간 불이다. 더위를 잘 견딘다는 생각은 겨울 내에 여름을 그리워하던 착각에 불과했던 것 같다. 더우면 뭐든 손에 안 잡힌다. 추워도 그렇긴 한데... 그때 가서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는 사계절로 각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과 화려한 금수강산을 자랑하고 있읍니다". 쌍팔년도 공익광고 캠페인이 되어버린 듯한 계절변화는 어느새 이제 여름과 겨울만 두드러지게 느껴질 뿐이다. 여름은 겁나 덥고 겨울은 겁나 춥다! 극과 극을 달리는 날씨 때문에 자연재해로 인명피해도 매 년마다 속출한다. 작년의 물폭탄과 올해의 물 폭탄은 가벼운 장마로 보기에는 정도가 심하다.


해가 중천에 달린 오후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다. 걷다가 "다들 어디로 숨었나?" 하고 보면 카페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왠지 겨울처럼 여름도 실내생활이 길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가 퍼붓는 대로 움직이기 힘들고 또 날씨가 너무 더우면 실내에만 있게 된다. 햇빛을 적당히 쫴야 정신건강에도 이롭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햇빛이 "적당할"때만이다. 인심 좋은 할머니가 또 나타나 햇빛을 더 주시려 하는데 어느새 그늘로 도망쳐있다.


여름에는 불쾌지수가 빠질 수 없다. 더우면 더운 대로 감정적으로 불편하고 쉽게 화가 난다. 저절로 얼굴도 찡그려져 어쩔 때는 미간이 아플 때가 있다. 사소한 것도 화가 날 때가 있는데 잠시나마 불쾌지수 지분도 어느 정도 있다. 차 문을 열면 어느새 사우나가 되어 있어 굳이 대중목욕탕을 갈 필요가 없어진다. 더군다나 몇몇 군데는 크롬으로 되어있어 잡다가 데일뻔 했다. 왜 안전띠 손잡이가 크롬일까?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 휴가로 서핑을 즐긴다거나 계곡에 가서 수박을 자른다거나. 여름 때만 즐길 수 있는 물놀이들이 있다. 나이 탓을 해야 하는지 단발성 이벤트에 불과해 어느새 다시 더워진 일상에 고통받고 있다. 오직 에어컨만이 이 여름의 구원자일 뿐이다. 식당에 가면 에어컨이 켜져 있거나 시원한 자리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게 다반사다. 물을 연신 껏 마시다 보면 밥 먹어서 배부른 건지 물 때문에 배부른 건지 헷갈릴때도 있다.


나는 냉면을 좋아한다. 하도 먹다 보니 머리카락도 냉면 면발이 된 것 같다. 물냉면을 좋아한다. 원래 진짜 냉면 마니아는 겨울에 먹어야 찐이지만 여름에 자주 먹는다. 살얼음으로 동동 띄워진 육수에 오이가 얹어진 냉면. 그런데 계란 반조각은 참 감질나다. 근데 요즘 어떤 곳은 계란 반조각의 반을 주기도 해서 정말 서글프다. 눈에서 육수가 나올 것만 같다. 도중에 편의점 가서 맥박석계란이라도 사서 넣어 먹어야 하나 싶다.


덥다. 아무튼 덥다. 날씨가 더운 데로 또 몸이 퍼진다고 해야 하나? 쉽게 체력을 잃기 쉬워서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몸보신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여름의 한복 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럽 3번 넣어 먹으며 약간의 휴식을 가져본다. 편의점 얼음 커피가 거의 고봉밥 수준이라 벤티사이즈가 살벌하다. 내가 커피 한잔 하러 온 건지 약수터에 물을 받으러 온 건지 싶긴 하지만 든든하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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