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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Oct 31. 2024

노근노근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4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사십 번째



타지에서 일을 하고 다시 올라오는 시간, 차창 밖엔 오직 검은색 크레파스칠뿐이다.  달리는 도로와 군데군데 빛을 제외하고는 어둠에 휩싸인 채로 달리고 있다. 음악 반복재생을 들으며 집에 돌아오니 시간이 시 단위로 잡아 먹히는 것을 보고 왜 차에서 생각이 많아지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하품을 연신 하면서 달려오니 몸이 노근노근했다. 흐물흐물 거리는 것만 같다.



잠을 자려는 찰나, 내게는 한 가지 안전장치가 걸려있다. 자정 전에 뭐다? 글은 올리고 자야 한다~ 노근노근한 몸에 고양이 식빵을 무릎 담요로 만들고 글을 쓰고 있다. 가끔은 모든 걸 벗어던지고 자연인처럼 아무 걱정 없이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현재 지금 이 순간을(뮤지컬 말고) 오로지 느끼는 경우가 있는 데 그때 무언가 행복감이라 하기엔 너무 크지만 포근함?이랄까 그런 게 스멀스멀 올라온다.


걱정은 한도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임영웅 콘서트 티켓 줄처럼 걱정들이 줄줄이 서있지만 "에라이 그건 모르겠고"라며 현재의 아늑함을 즐기는 경우, 또 무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나태와 휴식을 아슬아슬 줄타기하고 있는 거 같아 보이지만 이런 여유는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도 심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있고 심적여유가 있어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보일러 온도 살짝 올리고 곁들여 멍 때리거나 이불속에 몸을 묻노라면 엉켜있던 신경질적인 뇌 근육이 풀어지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목요일이다. 금요일이 아니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뭐 어떤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인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런 상황 자체를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워커홀릭이 행동력도 좋고 성취도 잘하고 멘탈도 튼튼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하지 않으면 크게 공허하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들은 노근노근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집중에 집중을 거듭한다. 뛰어난 성취감은 그들을 몰아붙이고 주변의 인정을 받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워커홀릭인 누군가의 자연인 상태는 과연 건강할까 묻는다면 그 답이 궁금해진다.


삶에서 여유는 그리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로는 모든 것을 놓고 OFF를 해야 그것이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라 착각하는 데 바쁜 와중에서도 찾아보면 시간은 있다. 그리고 흔히 시간이 없다는 말은 진짜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그것에 투자할 마음의 여력이 없다가 더 가까운 말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시간이야 어떻게든 쪼개면 나오기 마련이다.


새벽까지 일을 한다거나 잠자는 시간 빼면 활동만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신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지금 달리고 있는 것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허감 때문에 일을 계속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차악으로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전자라면 조건 없는 여유를 허락해야 할 것이다. 어느새 따듯해진 허벅지에서 식빵모양 고양이가 일어나 다른 곳으로 누우러 갔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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