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4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사십 오 번째
오래 전 샀던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던 대용량 보조배터리가 슬슬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라? 충전한 게 어제인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리고 다시 충전기에 꽂아 에너지를 먹여준다, 완충되었다 싶으면 사용. 그런데 몇 번 쓰지도 않았는데 맥을 못 추는 녀석을 보니 수명을 다한 거 같다. 에너지가 자주 고갈되는 녀석을 보니 마치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의 노래제목이 떠올랐다.
나도 보조배터리 같다. 있는 그대로 대입해서 배터리 수명이 나이(?)가 아니라 반복에 따른 악순환이 비슷해 보였다. 빨리 고갈되니 충전을 계속해본다, 얼마 안 가서 다시 바닥을 친다의 반복. 평소에 에너지가 없어(무기력) 집에만 있다 보면 누워만 있고 싶어 진다. 그러면 잠을 자게 된다. 그러다가 과수면으로 인해 일어나서 보니 체력이 충전되어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잠이 잠을 부른다고 잠을 많이 자니 잠도 늘었다. 그리고 필요치 이상의 잠, 그 이상을 넘게 되면 잠이 에너지를 빼앗는다. 활력이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눈 떠보니 저녁이네? 그러면 활동에 저절로 제약이 생기게 된다. 평소에 에너지가 넘치거나 집에 있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면 이해가 가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나의 생활 루틴의 대부분이었다.
외적인 것 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자면 에너지가 충전되고 그다음에 무언가 가라앉으면 다른 걸 할 수 있겠지"란 생각이 악순환의 연속으로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다른 걸 하자라는 순간이 오면 "아 힘없는데 지금?". 글만 보더라도 스스로도 답답하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나만의 현상도 아니거니와 주변의 말 못 할 누군가의 일상이고 무시 못 할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은둔청년이라던지(이들만 해도 약 50만 명이다.) 집에만 있고 싶어 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기 꺼려하는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이는 소수의 이야기로 결코 끝나지 않는다. "내성적이고 사회생활도 못하고 성격이 좀 괴팍하니까.." 이런 시선도 있다. 천만의 말씀. 내성적이거나 외향적인 것은 인간관계에서 보이는 일부에 불과 할 뿐이지, 이들 자체의 삶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앞에서는 활기차 보이는 외향인들도 그러고 지낸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면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들과 어떻게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당사자 자기 스스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채찍은 본인에 대한 입장을 객관화시키는 것이며 당근은 자기 자신이 처한 현상에 대해 수용하는 것이다. "탈출하고 싶지만 못하는"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내 생활이 이렇고 편해서"일 때도 많다.
그런 생활이 본인에게 만족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경중에 따라서 다르겠으나 마음속으로 괴롭다고 여기거나 옆에서 지켜볼 때 누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외부든지 내부든지 그를 위해서라도 개입할 필요가 있다. 집에만 있어서 물론 편한 것도 있지만 집에만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집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이 무기력한지 활력적인지를 결정한다는 점도 크다.
무엇보다 욕심 낼 필요 없이 집에서도 활력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면 만들 수 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