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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21. 2024

창의력 경진대회가 아니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61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육십 일 번째



2년 반이 넘은 시간, 회원이 200명이 되었고 250회를 바라보는 모임에서 흔한 현상이 하나 있다. 열심히 매번 참여하는 멤버들이 모임장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모임 시작하기에 앞서 카운터에서 주문한 음료를 받아 들고 다시 자리에 앉아 사색에 잠긴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라고 펜을 잡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떤 멤버는 "아! 저는 다른 멤버를 위해서 발제를 안 하겠습니다!"라고 선의의 드립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미리 나눌 주제를 준비해 오면 베스트이긴 하지만 그건 마치 학교의 숙제와 같은 것이고 대부분은 모임장소에 와서 벼락치기를 한다. 주제에 대한 예시를 주긴 하지만 무언가 와닿지 않는 모양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경우를 본다. 그래서 뭔가 부담스러워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 가끔 내가 던지는 말이 "창의력 경진대회가 아니니 항상 나왔던 발제를 다시 제시해 달라"고 이야기를 한다.


몇 달 전 글에서 언급을 했던 것처럼 나름대로의 철학이라고 한다면 같은 주제라도 그날 분위기, 참여한 멤버, 그리고 당사자의 감정에 따라 같은 화두라도 다르게 느껴짐을 느꼈다. 물론 지루해하는 경우가 있다. 계속 참여한 멤버들은 어쩌면 뻔한 주제를 가지고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한 다는 것을 귀찮아할지 모르지만 통찰이나 학습은 바로 거기서부터 생겨난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동의하지 않는 개념이지만 이제는 모두가 사용하는 용어인 "도파민 중독"처럼 무언가 자극적이고 도파민이 샘솟아야 하는 화두가 있어야 거기서 오늘 모임의 가치가 있다 판단할 수는 있지만, 나는 반복된 주제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흐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저번 주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은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고 반대로 저번 주는 흐리멍덩해 보이는 억양이었다가 그 화두에 대해 뭔가 완고하게 자리 잡힌 톤을 보노라면 각자 통찰이 생겨나고 있다 느끼게 되었다.



그냥 시간만 때우다가 흘려보낼 수는 있지만 복습처럼 본인의 생각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나서 다시 재등장했을 때의 내재화는 일상에서 몸소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을 내려놓고 오히려 뻔한 이야기를 해도 좋다고 장려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어다르고 아다르기 때문에 같은 주제라도 충분히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과거 누군가는 콘텐츠를 변경하는 식으로 모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사람들은 참여율도 저조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계의 측면에서 파악해봤을 때 불평불만만을 하는 모양새라 그들까지 챙겨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작 참여하더라도 남 이야기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 모양새를 보였던 것 같다. 그럼 결국 각자 빠이빠이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속내를 구체적으로 매번 늘여놓을 수는 없으니 간단하게 표현해서 "창의력 경진대회가 아니다"라고 설득하고는 한다. 그것도 그렇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 참여한 사람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 나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컨디션 안 좋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 모임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참여자들마다 또 다르다. 아무튼 뻔한 주제처럼 우리 일상에서도 뻔한 것을 다시 돌아보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 곱씹게 되는 것 같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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