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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악인 스토리 : 살롯 사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631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삼십 일번째



캄보디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동시에 지정학적 어려움이 캄보디아 역사를 관통하는 난제이기도 한데, 지도를 보면 서쪽은 태국이고 북쪽은 라오스, 동쪽은 바로 베트남이 위치해 있다. 즉, 양면전쟁을 당하기 딱 좋은 위치였고 힘든 역사 속에서도 캄보디아는 크메르 왕조를 거치며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점차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근현대에는 베트남 전쟁의 여파가 바로 옆동네에서 넘어오면서 굴곡이 더욱 커져버렸다.



본명은 살롯 사. 모두에게 알려진 이름은 폴 포트. 킬링필드라는 지옥을 만들어낸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이끌던 조직은 크메르 루주라는 조직으로 마오주의에 가까운 농민 주도의 공산주의와 민족주의 혼합 무장 조직이었다. 당시 캄보디아는 론놀이라는 독재자가 국왕을 쫓아내고 집권하고 있었지만 국왕인 시아누크와 루주가 베트남 전쟁의 영향으로 손을 잡은 채 민중의 지지를 얻으며 다시 론놀을 쫓아내고 민주 캄푸치아라는 나라를 설립하면서 킬링필드의 막이 열린다.


국왕은 과거와 달리 들러리 신세가 되어 결국 중국으로 망명했고 캄보디아 전역을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 루주가 지배하게 되자, 루주의 지도부이자 민주 캄푸치아의 지도부는 정신이 나갈 대로 나간 계획을 즉각 시행하게 되었다. 수도 프놈펜을 비롯한 도시민 그리고 모든 인민은 도시에서 나와 농촌으로 가서 집단농장에 헌신하므로 "인간개조"를 비롯한 국가개조인 완전한 공산화를 추진한다는 게 그들의 목적이자 명분이었다.



24시간 이내에 당장 나가지 않으면 사형.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한 밤중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아닌, 순식간에 삶과 터전이 바뀌는 최악의 강제이주를 당해야만 했다. 모든 국경은 봉쇄 및 폐쇄 되었고 농촌으로 향하는 길만이 알아서들 행렬에 참여해 걸어가야만 했고 그 행렬에서 이탈하거나 쓰러지면 금방이라도 처형할 준비를 한 루주의 대원들이 옆에서 걸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집단농장엔 남녀노소 할거 없이 최소 10시간 넘는 중노동의 현장과 상상도 못 할 가족해산과 고문 그리고 아사하기 딱 좋은 수준의 배급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식인 계층은 이들의 이상을 방해하는 악성분자로 여겨 안경을 쓴 것만으로도 의심하고 처형했으며, 도덕관념이 자리 잡혀있지 않은 소년들은 살인에 무감각한 병사로 키워냈다. 약 4년이라는 짧은 집권 기간 동안 최소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간개조라는 명분으로 사망했으며 국가의 모든 인프라들은 모조리 박살 나며,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지옥 섬을 만들고자 했던 폴포트의 이상은 베트남과의 국경분쟁으로 다행히 몰락하게 된다. 차마 여기서는 서술하지 못할 정도의 끔찍한 "킬링필드"의 내용과 역사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캄보디아 사람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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