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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Oct 31. 2023

깨어있어도 자고 있는 나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4

벽돌시리즈 칠십 사 번째

"자니까 이따 써야지....... 아!" 잠자는 것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휴식일수 있으나 정도가 과하면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반백수인 나는 양껏 맘껏 잔다. 자유도가 최상이지만 그만큼 게으름도 비례한다. 그동안의 패턴을 떠올려보면 잠자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일 때도 많아 심각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루가 굉장히 빨리 지나가거나, 뭔가 한 게 없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점은 취침시간에서 누수된 점이 크다.


과유불급이란 가르침에 잠도 피해 갈 수 없다. 직장인들이나 과업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잠을 적게 자서 문제지만, 너무 많이 자도 문제다. 많이 자면 잘수록 정말 늘어지고 늘어진다. 덕분에 시간도 질질 늘어져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참 오묘한 게 일상에서 공허하단 생각과 무기력감에 정신적인 피로가 쌓여 그냥 늘어지게 잔다. 그러다 깨면 열몇 시간씩 시간이 흘러 어느새 오후가 되어버린 기상에 또다시 오늘에 대한 후회와 자책으로 다시 공허해지고 무기력한 환상의 악순환이 생겨버린다.


일어나 보면 해는 중천에 떠있고 몸과 얼굴은 부은 채 움직이면 뱃속에 든 게 없으니 힘도 없다. 급히 나갈 때면 신경 안 쓰고 긴장하느라 준비하겠지만, 딱히 그럴 일이 없다면 여기저기 몸이 불편하다. 행동 하나하나가 다 귀찮고 냄비에 물 올려 라면 끓이는 것도 귀찮을 때도 많다. 나도 그렇고 아마 무기력한 사람들, 우울한 사람들의 일상일 것이다. 어제 자기 전 뭐라도 해보자 하면서 문득 유튜브에서 본 영감이 되었던 교훈이나 어디선가 느꼈던 동기부여는 이미 다른 차원의 일이 되어버렸고 지금의 나는 라면 3개 먹고잔 얼굴로 라면을 끓인다.


야근에 주말출근, 당직, 교대 근무 등등 사회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보노라면 답답하고 형편없고 뭐 하러 사는지 욕할지도 모르고 반면 본인이 너무 찌든 나머지 이런 삶을 부러워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나는 그래도 좋으니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기력한 사람들은 에너지가 없어서 자고, 자는데 오히려 에너지를 빼앗겨 일어나 얼마 안 가 또 잔다. 놀랍기도 한 연결고리가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사실 고되다.


이런 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적 환경을 바꾸고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그래서 산책들을 많이 추천한다. 조금이라도 나갔다가 들어오라든지, 공원 조금 걷고 오라던지. 나중에 다시 한번 주제 잡고 써볼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그게 안 되는" 상황을 여러분은 잘 아실 거라 본다. 이미 답은 당연히 알고는 있지만 나서기 쉽지 않고 가끔 어디선가 말하듯 누가 봐도 나쁜 루틴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실 거기서 머물고 있는 것이 일부 좋은 점이 있거나 편하기에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서 못 바꾸는 점도 있고 안 바꾸는 점도 있다. 내가 이렇게 된 데는 과거가 있고 과거로 인한 지금이 붙잡혀 있고, 고역이어도 엄두가 안 나서 손해보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느낌도 분명히 있기에 이 역시도 어렵다.

만약 본인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이런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


극복하고 변화하기 위해선 적어도 나의 방법은 인위적으로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는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중요한 통찰이었던 것 같은데, 인위적, 작위적이라는 말이 다들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굉장히 불편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그런 감정.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 상태는 계속 유지하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여기서 무언가를 고쳐나가는 것은 불편한 거고 자연스럽지 않은 행위이며 귀찮다.


인위적인 것, 자연스럽지 못한 것, 작위적인 것을 인정하고, 심지어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것에 대해 나는 "그게 어디야?"라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조금씩 건드려보며 다시 카메라를 줌아웃해 보니 기나긴 일 년 혹은 삶에서 어느새 변화가 시작되었고 불편하고 형식적이라고 생각했던 그것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중요한 것이 되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써온 글 중에서 완벽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여러 생각들 중 핵심적인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형식적인 것 , 인위적인 것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탁상공론, 아니면 공무원들 업무방식에서 예술이나 경관이 어색한 것들까지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오히려 우리 삶 깊숙히에 이 형식적인 것, 인위적인 것을 해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아무것도 안 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듯이 "형식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사소한"것이라고 생각해 "본질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라는 또 다른 완벽주의가 있다면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했다.


몸은 깨어있으나 마음은 여전히 자고 있기에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붙들린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기에 마음을 깨우기 위한 작업을 나는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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