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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Oct 29. 2023

오늘도 다시 태어난 세상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2

벽돌시리즈 칠십 이 번째

세대갈등이 유행처럼 퍼진다. 계층 그리고 위치에 따라 또 의견이 갈린다. 가족이랑 순대를 먹으러 몇 달 전에 충남 병천을 방문했는데, 그날 마침 장날이었다. 먹고 나온 김에 구경이나 하자하고 시장 거리를 걷고 있는데 한 젊은 커플이 유모차에 강아지를 싣고 지나가고 있었다. 내 뒤에 할아버지 한 명이 그 커플이 들릴 듯 말 듯 "애들은 안 낳고 저러고 있으니 나라가 망하지"라는 지금 표현하는 문장은 상당히 순화했지만 그런 식으로 욕을 다이나믹하게 첨가하며 말했던 것 같다.


가끔 중년분들 혹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하시는 한탄 중에 하나가 바로 "말세다 말세!"라는 표현을 이미 익히 알고 들어 왔을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모두가 어린 시절, 청년시절이 있어 왔는데 지금 중년분들의 청소년 혹은 청년 시절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똑같이 말씀해 왔고, 더 올라가 구한말, 더더 올라가 기원전까지 만국 공통으로 요즘 애들은 철이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세상은 얼마나 다시 태어난 것일까? 지금 글을 자정에 올렸으니 한번 더 리셋.(?)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고 꼰대들이라고 욕먹는 사람들은 왜 자기들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른다. 정작 자기들도 어렸을 때 그때 당시 기준에 벗어난 일탈들을 해왔으면서도. 다만 그런 건 있다. 우리 또래들도 어른들, 경험많은 사람들의 모든 조언들이나 전통을 중시하는 의견들에 대해 꼰대라는 프레임을 씌워 본인들을 합리화할려고 한다. 사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잘했느냐 따지기보다는, 나이 혹은 경험으로 분별하기보다 그냥 세상의 다양한 실체적인 모습들을 외면한다.


그래서 늙은 꼰대, 반대로 나이 많은 이들에게 잘난 맛에 떠드는 젊은 꼰대도 있다. 누구나 몸이 하나인지라 초능력을 쓰는 것도 아니라서 시간 경험에 따른 관점의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포용하고 인정하려는 사람도 부분적으로 아집이 있는 것처럼. 암묵적 기준에 자기의 의견을 투영해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어리석은 행위들이 공론화되는 것이 나는 오히려 좋다. 애초에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이 문제니까.


다들 이미 잘 알고 있으나 막상 금방 망각하고 자기주장에만 힘을 쏟는다. 나도 그런다. 그래서 가끔은 창피하다. 다들 조언에 힘을 더하려면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지,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는 파악을 잘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깨닫기까지 설득하고 따끔하게 논증하는 것에 앞서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계몽을 시키기 위해 충격요법을 선사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언어에는 힘이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말을 하면 오히려 힘을 잃는다. 귀에 안 들리고 정작 강조해야 할 부분이 흐릿해지고 남는 것은 기분 나쁜 것뿐이다. 조용히 있다가 한마디 하는 사람이 무게가 더 있는 것처럼. 각 사람들의 오고 가는 의견들이 소통이 되려면 이상적 일순 있으나 동의하진 않더라도 들을 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자기가 많이 안다고 해도 결국 자기 경험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은 자기와 비슷해 보여도 다 다르다.


상담을 배우게 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은 점은 듣는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일상에서 혹은 일반인들이 하는 소통은 다를 것이라 생각할수 있지만, 만약 상담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면 당장 상담소의 문을 열고 나가 내담자 본인이 통찰하고 느낀 점을 다시 만들어나가야 할 일상에서도 효과가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심리치료 그리고 상담은 뜬구름 잡는 이론나열일 뿐일 것이다. 그래서 상담의 연장선상은 결국 내담자의 일상이다.


말과 말이 오고 가는 대다수의 상담 연습과정에서 철저히 제삼자가 지켜보고 피드백하며 개선하고 추리고 추린 게 오늘날 상담치료 몇 개이고 거기서도 아마추어 상담사가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자세는 결국 듣는 것인데 하물며 경험 많고 머리에 들었다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는 더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사회 속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에게, 말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스승, 부모님, 어른들이 지켜본다면 뭐라 할지 정말 궁금하다.


장날 소리치던 할아버지는 과연 그 커플에게 욕을 하기 전 본인은 얼마나 FM대로, 정결하게 살아왔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 애초에 욕을 하셨으니 이미 정결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참!.. 아이고 죄송합니다. 몰라 뵙네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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