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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Oct 30. 2023

작은 벽돌을 말하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3 

벽돌시리즈 칠십 삼 번째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를 해보다니? 신기하다.  내 생활에서 의도한대로 계획해서 이뤄낸 것중 처음일지도 모른다. 내가 13일 날 올렸던 "넘버 14"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지 2주 정도 지났고 매일 5분간 자기 격려와 영단어 "1개"씩 외우는 것을 한지 오늘로써 31일이 되었다. 자 이제 간증의 시간이다. 가끔 나는 책들이 주는 교훈을 토대로 나를 실험 삼아 적용해보고자 하였고 그중에서 대부분의 실험들이 중도 포기나 실패를 맛보았다.


월요일이라는 시간에 아무래도 출근하신 직장인들이 많다 보니 따분하고 힘도 없을 거 같아 나도 상기하는 차원에서 글을 써본다. 실험은 매번 실패로 끝나 흐지부지 되고 효능감은 점점 다운되어 사실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연도 들어와서 그리고 8월부터 글을 처음 올리기 전에 가지고 있던 "너무 완벽한 것을 하려 하고 욕심이 많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첫 타이핑을 하던 그 시점에 벽돌이 떠올랐다.


수많은 비유와 상징 중에 왜 "벽돌"이냐 하면 내가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황무지 같은 텅 빈 마음에 뭔가를 세우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건물이 생각이 났고 건물을 이루는 기둥도 생각했으나 그전에 앞서 보이는 가장 기초적인 재료가 벽돌, 그것도 벽돌 하나임을 깨닫고 하나하나씩 놓는 마음으로 조금씩 나아가보고자 시작했다. 이번 실험은 기념할만하다. 어떻게 보면 옛 사고가 나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며 그렇기에 아집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점을 깨닫는 동시에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일상에 사소할수도 있는 실행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역시나 "5 분한 거랑 영단어 고작 한 개 가지고 그러나?" 하는 마음속 뒷담화가 누군가에게 있을 수 있다. 나도 충분히 공감해서 사실 처음 시작할 때 그리고 초반부에 형식적으로 하고 택도 없으리라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근데 지나가보니 왜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최고로 중요한지 확증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대단하신 거고 나 같이 매일 하려는 아마추어 초입자가 이런 느낌을 가지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알고는 있었으나 실행하지 못했던 것도 아집을 포기하지 않았던 면이 크다.


오늘 자기격려하면서 썼던 문장 중에 문득 깨달았던 점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을 보면 하나하나 쌓여서 만들어진 것도 맞지만, 크기를 보노라면 어떤 벽돌은 되게 조그마하고 다른 벽돌은 크고 굵직한 것도 있다. 동일 규격의 벽돌건물도 있지만 위의 사진처럼 제각각 크기가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놓고 있는 벽돌이 작더라도 결국 나중엔 크게 놓일 수도 있는 벽돌이랑 서로 아귀가 맞아 건물을 이룬다는 것을 느꼈다.


별거 아닌 비유일수는 있으나 뭔가 전율이 느껴졌다. 그동안 나의 시각은 온종일 건물, 그나마 작게 보더라도 굵직굵직한 벽돌들만 신경 쓰고 있었고 그런 벽돌들을 못 만들고 있는 나를 보며 자책하고 후회하고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있었는데 내게 주어진 조그만 규격의 벽돌틀을 이용해 조금씩 만들고 쌓다 보니 뭔가 이루어낼 것 같은 자부심이 들기 시작했다.


거만할 순 있지만, 그런 생각도 해본다. 나중에 내가 심리치료사로서 상담을 할 때 아무리 테크닉적으로 내담자를 공감해 준다고 해도 내가 겪어봐야 지금 내 입에서 나오는 말과 내담자의 경험이 뭔지 정확히 파악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정작 자기는 안하면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상담사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또한 나만의 경험으로 내담자를 위로하고 공감하며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막말로 한번 맛 들인 놈(?)이 잘한다고 이제 뭔지 알았으니 이 루틴을 유지한 채 갑자기 삘받아 뭔가를 더하려 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는 기간을 가져봐야겠다.


더군다나 5분간 격려하는 거랑 영단어 1개 외우는 것도 공개일기를 쓰는 도중에 잠시 빼먹어서 다시 시작했다. 반면 일기는 계속 쓰고 있기에 스스로도 대견하다. 오히려 반대로 글 쓰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의도와 목표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지금의 계획에 나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기에 글로써 이날을 기념할 것이다. 


항상 공감하는 것 중 하나가 "말은 되게 쉽다"는 것이다. 말로는 거의 하루아침에 산을 옮길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메아리를 실현시키려면 결국 행동하는 것인데 행동은 반대로 정말 쉽지 않다. 그리고 너무너무 귀찮다. 당연히 본인이 살아왔던 일상의 궤적과는 다른 경험이고 변화이니까. 그래서 영단어를 아예 1개로 만들어버린 것은 시작도 유지하기에 벅차 죽겠는데 맨날 몇십 개씩 외우는 것이 당연한 자기 계발서나 교훈들의 일반적인 외침과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나만의 방법으로 시작의 울고 넘는 박달재를 걷기 쉽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단어를 쓰니 진짜 내 나이가 59년생인 것 같다.) 


끝으로 제 아무리 떠든다고 해도 읽어주고 관심을 표해주는 분들이 없다면 아마 나는 동력을 잃어 중도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번 부족한 글솜씨에도 찾아와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빈말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이 계속 에너지를 부여해 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읽는 사람의 수가 문제가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봐주는 게 어디냐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마음 때문에 꾸준히 올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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