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Oct 28. 2023

마르코 촌놈의 서울견문록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1

벽돌시리즈 칠십 일 번째


13세기경 베네치아의 탐험가인 마르코 폴로가 아시아를 탐험한 동방견문록이란 여행기를 내놓았다. 당시 유럽인들의 아시아에 대한 인식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마치 환상의 에버랜드처럼 판타지 그 자체 아니면 페르시아와 그 주변 중동지역에 한 했다. 세계화 속 우리도 여전히 반대쪽 나라에 대해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그때는 오죽했을까? 동방견문록의 평가는 다양하더라도 아시아에 대한 인식 확장에 기여했다는 점은 변함없다.


갑자기 등장해서 죄송하다. 촌놈이 오랜만에 서울을 다녀왔다. 지역공동체 홍보를 위한 인터뷰 요청이 왔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바쁜 사람 코스프레를 한 척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 서울 약발이 떨어질 무렵, 오랜만에 버스에 내리자마자 서울 도시 공기를 재 충전했다. 인공호흡기 산소가 부족하듯이 쏘울 오브 꼬리아의 쁘레쉬한 공기를 받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채.


다행히 출근 이후의 시간에 지하철을 타서 사람은 여전히 많으나 지옥철까진 아니었다. 문득 이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한 곳에만 엄청난데, 내가 사는 도시에선 가뭄의 콩 나듯 사람 보기가 귀한 동네도 있어서 지방의 소멸화에 대한 거창한 생각과 최후의 이장이 되어 이 마을 내가 지킨다라는 애향심도 상상한다. 예? 만약 누가 불러준다고요? 그럼 뭣하러 여깄어.. 바로 서울 가ㅈ.... (?)


여하튼 촌놈에겐 압축된 한국 그 자체의 도시를 보노라면 인프라나 시설 모든 것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거주하는 사람도 부럽다. 다만 가까운 사람들의 증언과 행보를 목격하노라면 사람에 치이고, 눈만 뜨면 자동차와 사람이라 정글 같은 경쟁사회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내려오는 경우가 많고 유유자적한 라이프를 즐기고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항상 상경하기를 원했던 사람이다. 뭔지 모를 도시의 역동성이 나의 공허한 가슴을 애써 매워주는 느낌이 들어 현재를 외면하고 미래를 꿈꾸게 했던 도구였다. 누구나 그렇지만 학창 시절에는 서울로 학교가기를 원했고 못 가서 서울로 간 또래들의 간접적인 생활상을 보노라면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애써 부럽지만 나를 합리화하기 바빴다.


치열한 도시의 치열한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는 도시. 다만 그런 감정이 여전히 작동하는지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다른 분들은 여유로운 삶을 원해 내려오지만 나는 아직 철이 안 든 것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모를 생각에 문득문득 떠오른다. 가끔 멤버들이 이직을 해서 떠나는 경우가 있다. 그때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기도 하며 독립심을 경이롭게 보기도 한다.


다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처럼 비슷한 생각에 서울에 무슨 껌이라도 붙여 놓은 것 마냥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유인즉슨 서울로 가면 뭔가 성공이나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 또는 상태를 기대하기 때문에 올라가려는 사연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환경이든 사람이든 직장이든 간에. 최근에 다른 단체 대표님이 말씀하시면서 나도 몇 달 전에 결론짓던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지금 여기서 성공하면 어딜 가도 성공한다는 것. 내가 있는 이곳에서 이루면 어딜 가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 오히려 난이도가 급상승해서 먼저 체험하기에 나중에는 쉬울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도 어렵다고 징징 거릴 수는 있지만. 생각을 확장하다 보니 공간적인 생각도 아닌 것 같다. 현재 삶에 충실한 사람이 나중 미래에서도 충실하거나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태와 환경도 마찬가지. 지금 가지고 있는 주변 자원을 이용해서 최대한 뽕뽑아(?) 내가 이룰 수 있을 만큼 이룬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일 것이다. 현재 내가 지향하는 마음가짐과 비슷하다. 지금에 파이를 키워나가 그곳이 무인도가 되었든 메트로폴리스든 간에 "될놈될" 법칙을 조금씩 실험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안빈낙도인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서 가진 것에 감사... 까진(?) 아니더라도 만족하며 디테일한 것에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훌륭한 경험을 쌓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특별함이 되어 내가 인터뷰를 하듯이 말이다.

이전 05화 비관을 비관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