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18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십 팔번째
비교적 최근에 알았던 놀라운 소식 중 하나는 원효대사가 그리 뛰어난 고승인 줄 몰랐다는 사실이다. 또한 오히려 국내보단 다른 나라에서 높이 평가를 샀던 인물이었다는 점. 사실 원효대사하면 해골물 스토리 이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리고 국사에서 배운 "신라 때 활동하던 스님이다" 이정도로만 알고 있었지, 파격적인 그의 행보와 천재성에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맞다. 해골물 이야기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잠을 자기 위해 청한 곳이 눈 떠보니 달랐다더니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 다른 기록도 있으나 결론적으로 무엇이 되었든 같이 갔던 메이트인 의상대사는 유학을 하러 떠났고 원효대사는 깨달음을 얻고 신라에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란 모든 것은 하나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심사상과 마음 먹기에 달라진다는 일체유심조라는 개념이였다.
여담으로 불교계에서 해탈로 가는 수행방법 중 "돈오돈수"와 "돈오점수"라는 대표적인 개념이 있다. 전자는 단박에 깨달아버리는 것과 후자는 계단식으로 올라가 점차 깨달아가는 것을 말하며 달리 표현하자면 급진적이거나 혹은 점진적이거나를 생각해보게된다. 해골물 스토리의 원효대사 같은 경우는 비범한 고승이었기에 깨달음의 작은 단서 하나만으로도 돈오돈수를 해낸 게 아닌 가 싶다(나는 크리스천이라 뇌피셜로 말해본다)
이후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아마 90프로의 사람들이 원효대상의 일대기를 잘 모를 것이다. 국내에 남은 원효대사는 자체적으로 활동하며 머리도 깎지 않고 일반 불자와 비슷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소심한 남자 불자라는 뜻의 "소성거사"로 칭하며 신라 대중의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을 깨우치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원효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신라 왕실계와 귀족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엘리트였기 때문이다. 당시 엘리트의 전유물이 할 수 있는 경전해석도 외국에서 역수입할 정도로 뛰어나서 자리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원효대상의 일체유심조도 그렇지만 그를 알게 되면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나는 개인적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기만 해도, 염불만 외워도 깨우칠 수 있단 가르침으로 불교에 신앙적인 면모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사실 깨달음, 수행, 명상, 경전읽기 등의 불교의 이미지는 감정적인 신앙의 영역보단 이성적인 차분한 느낌이 들지만 그건 엄연한 오해이며 그렇게 돌아가면 그건 학교나 연구소와 다름이 없게 된다. 기본적으로 불교에 대한 교리 그리고 깨달음을 얻기위한 방법과 과정 그리고 그 타겟을 "사실로 믿음"으로 인한 신앙적인 토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원효대사는 잘 알고 있었고 당시에 글을 읽을 줄 모르나 자신과 같이 부처님에게 귀의하고자 했던 많은 이들에게, 소심한 자는 깨달음의 대문을 열어주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