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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조선, 똑똑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716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칠백 십 육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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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이 척화비를 세우든 안 세우든 사실 대세에 영향을 주긴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조선 왕조 500년은 이제 거대한 세계의 흐름에 부딪혀 떠내려갈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은 능동자가 아닌 수동자였다. 다만 멸망한 조선 왕조를 체제의 한계와 정경사문적 요소들을 전부 다 싸잡아서 "이럴 수 밖에 없어 망했다"라고 귀인하는 것도 오류다. 500년이나 버틴 것도 대단하다라도 봐야지. 망해버린 것에 초점을 두면 한도 끝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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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체제엔 장단점이 있었다. 유교이데올로기로 중국을 받드는 것도 500년간 득이 컸으며 건너오는 게 있으니 유지보수가 되었다는 점이며 이를 통해 한반도를 통치하기에 대단히 수월했다는 점이다. 단군 할아버지 어쩌고 하면서 통일 국가 완성을 사실상 고려로 보는 관점에서는 그 전까지는 한반도는 군소 국가들의 난립과 쟁탈전의 연속이었다.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상대적인 규모면에서 영국, 일본과 비슷한 작은 지역에서 독립 세력의 경쟁들로 이어졌던 역사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를 하나로 뭉치게 된 한반도라는 땅의 개념과 민족의 개념을 완성시킨 건 고려와 조선이므로 이시절의 최대 공로라고 볼 수 있겠다. 땅을 넓히든 정복 전쟁을 하든 그건 통치계급들의 관심사고 백성들은 땅 갈기도 바빠죽겠는 데 억울하게 싸우다 죽는 것보다 당연히도 평화와 태평성대를 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책에 등장하지 않는 사건없는 나날이 그때 그 시절 사람들에겐 행복이였다는 점이다. 통일국가 조선은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백성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이념과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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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통일 단일 왕조가 가졌던 단점은 500년이나 갔기에 500년간의 썩히고 썩혔던 부조리와 병폐들이 터지고야 말 것이란 예고편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 제국주의 일본이 끌고 온 철로 뒤덮힌 함선을 보아서야 바로 그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도 나라가 반토막이 되어 내전이 일어나 정리한 후에야 정신 차리고 만만한 상대를 마침 골랐고 조선은 움직임이 굉장히 굼떴다. 같은 자리를 몇 백년간 지켰던 자가 움직이려면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를 까?


움직이는 것보다 고수하는 것. 흥선대원군의 사고는 결코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혹은 뒤떨어지지도 않은 조선의 통치자가 일상에서 하던 것 그대로였다. 왕가를 지키고 낡디 낡은 방법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백성들도 이미 타성에 젖어 외국 사람을 무슨 외계인 보듯 했으며 문호 개방이란 극소수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이란 단 하나의 사건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닌 최소 30년에 걸친 기간에 이루어진 고통의 개혁과 함께 섬나라의 이점을 적극 이용한 기회였으며 중국의 양무운동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치우기에는 시간도 환경도 갖추어지지 않았던 상태였다. 조선은 후자와 같았고 그 후자에게도 기댔던 수동자였기에 기다리다 역사의 소용돌이로 사라지게 되었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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