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Nov 04. 2023

고충 배틀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9

벽돌시리즈 칠십 구번째

"끄아아악!" 익룡소리가 아니다. 영혼의 외침이다! 자~ 누가누가 더 힘드나 내기 한번 해볼까요오?~ 요 근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더불어 나의 힘듬도 생각해 보게 된다. 이직을 했는데 13시간 노동이요, 나인투식스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이며 워라밸은 환상일 뿐이다. 그런 분들의 스토리를 듣고나서 개개인의 삶에 더욱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가 소통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일단 개인들의 사연을 듣고 말해야 할거 같다.


"흑흑 아니 피곤해죽겠는데 회식이라뇨!",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얼어 죽을 참여야!" 나 같아도 그런 이야기 백번 넘게 외칠 거 같다. 단합이 안된다는 회사와 워라밸을 추구하는 우리의 입장이 평행을 달리는 이유는 고충을 듣기나 한건지부터 따져볼 문제다. 나는 일을 딱히 하지 않는 대학원생이지만 직장인들이 너무 고된 것 같다. 기성세대들이 "우리는 했으면 더했지"라는 주장도 약빨 다 떨어졌다. 오히려 기술발전을 핑계로 노동자들에게 업무를 부여했으면 더했지 결코 적지 않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외치는 주장처럼 키오스크 들여와서 무슨 고객의 편의 어쩌고 저쩌고 하며 사람들 잘라내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그러고선 계산은 소비자들이 직접 해야 한다. 놀라운 창조경제!(가격이 싸면 납득이라도 가지) 어쩌면 그런 느낌도 든다. 빵과 서커스의 교묘한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느낌. 로마 제국이 백성들을 다스리는 방법이 빵과 서커스라고 하듯이 현대 시민들을 다루는 방법이 고객 우선을 외치며, 국민을 외치며 민주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참여를 저해시키고 있다. 그러면 생각해 보자. 정작 청년들을 위한 복지를 생각해야 하지만 청년들이 당장 반영도 안된다는 느낌과 함께 쉬기도 바빠 투표를 안 하니 정작 다른 곳으로 복지는 흘러간다.


어쩌다 사회 이슈까지 나왔는데 여하튼 각자의 고충이 엮이고 엮으면 결국 사회문제로 귀결되는 건 당연하다. 20대 초반에 고민을 털어놓는 공간이 있어 이야기할 때 그때는 내가 괜히 어른들 앞에 이야기하는 것 같아 "다른 분들 힘든 점에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저는..."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때 다른 30대 분이 하시는 말씀이 나를 반성케 했다. "힘든 점은 각자 다 있기에 비교는 불가능해요"


꿀빤다라는 말처럼 누구나 쉽고 편안하고 돈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정작 어떤 차에서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현실 속에, 악착같이 다들 성공을 원한다. 나도 그렇다. 다만 그렇다고 이론이나 지향하는 바를 접자는 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 대한 스토리가 존중받거나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과 정성으로 유지되기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동의하며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나름대로의 힘든 점을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이겨내려 한다. 다시 카메라를 당겨보면 예전에 겪었던 그 당시의 상황들이 아주 뭐 같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거기서 얻는 점도 있고 나의 개성이 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희노애락 모두 우리 삶에서 반기고 말고 선택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그래도 반기게 된다면 거기서 자기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통찰과 각오로 삼을 수 있다. 이 또한 나의 생각이겠지만.


지금 현재 각자의 삶에서 여러 방면으로 힘든 점이 다 있다. 그리고 위에서의 통찰처럼 각자만의 인생이고 어려움이므로 비교한다는 것은 실례다. 하지만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면 가끔 초한전의 인물인 한신이 떠오른다. 토사구팽으로도 유명하긴 하지만, 그가 승승장구하기 전의 스토리를 떠올려보면 비참하게 건달들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며 지금 당장 존버하듯이 직면하고 수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


오히려 그게 나중에 무기가 되어 사람들이 한신을 높게 평가하듯이, 삶에 처한 고난과 고충이 어떻게 축복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물론 누군가는 니가 겪어보라며 도저히 용납이 안되며 다른 과거를 비추어볼 때 여전히 욕 나오고 지금까지 만들어낸 본인의 스토리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사실 아무리 어떤 이야기를 해 주어도 위로나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받아들이려는 사람도 있고 저리 치우라는 사람도 있으니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그리고 그렇게 비교를 한다면 평범하게 학교다닌 사람들, 대학생활, 사회생활 보낸 사람과 고충맞짱(?)을 뜬다면 이길 자신이 있다.


나는 1년 전만 해도 지금까지 그런 과거여서 암울했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좋은 점이 나오다 보니 오히려 좋은 점에 대해 더 소중히 여기려고 하는 것 같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긍정적인 부분이 이제야 들어오는 느낌이라 저 멀리 초가삼간에 귀한 손님들이 찾아오는 기분이 들어 매일이 나름대로 즐겁다.


그래서 어떤 고충이 최고냐고요? 60초후에 공개됩니다!

이전 13화 존경하는 참 박사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