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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03. 2023

존경하는 참 박사님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8

벽돌시리즈 칠십 팔 번째

거기 웃지 마요! 다른 글보다 이게 제일 진지하다! 그렇다 이박사다. 새천년 세대들은 모를 수도 있는 가수 이박사를 요 근래 존경하게 되었다. 내가 초딩때만 해도 허무개그 플래시영상이 인터넷에서 풍미할 무렵 아주 신바람 나는 배경음악이 함께 했는데, 이박사의 몽키매직이나 학교매점 출출해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때 당시에도 혁명적이었으나(?) 지금 들어도 혁명적이다. 분명 누군가는 천박하고 싼 티 나는 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석사생이 박사님을 존경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이박사 님이다. 예전만 해도 시장에서 혹은 지역에서 하는 품바나 뽕짝이 들리거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들리는 멜로디들이 싼티줄줄 그냥 웃어넘겼으나, 이제는 달리 보게 된다. 설운도아저씨나 나훈아아저씨의 트로트를 좋아하지만 희한하게 요즘 트로트나 젊은 트로트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싫어하는 나를 보면 트로트를 좋아하는 것도 신기하긴 한데, 세련되어 보이는 요즘 트로트를 싫어하는 젊은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흥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덕분에 내가 사는 도시의 번화가 코인노래방에서 전 세대 통틀어 이박사 노래를 완곡한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다. 심지어 판권이 일본 쪽에 있다 보니 많고 많은 멜로디의 이박사노래가 목록에서 4,5개밖에 없는 것에 실망했다. 누군가는 아무리 취향존중이여도 그렇다며 컬처쇼크일 수 있겠으나 이박사의 인성이나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왔음에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예전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앉은 자녀뻘되는 가수들 상대로 놀라움이나 삿대질 그리고 무매너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참여자로 나왔던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대인배라고 생각한다. 한국 민요와 흥을 더한 노래를 비웃으며 본인들은 정통 트로트라고 자부하는 일본 엔카 식 노래를 불러 제끼는 특정 태형가수.. 아이고 정정한다... 대형가수는 표정이 일그러진 모습이 그대로 나오고 존중이라는 것은 눈곱조차 보이지 않아 희한하게 그 가수노래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 꿈보다 해몽인지 덕분에 예전부터 안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확증도 얻게 되었다.


기사나 인터뷰를 살펴보면 심지어 공식적인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홀대받은 모습이 보이는데 일상에선 오죽했으랴? 뽕짝의 길은 멀고도 험했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자기만의 색깔로 세상을 즐겁게 하는 그의 모습이 정말 예술가의 표본일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이도 나이인지라 가끔 엇나가는 발언을 하기도 해서 기사로 본 적이 있긴 한데 평판이나 후배가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박사"가 맞는 것 같다.


솔직하게 그리고 여과 없이 즐긴다는 것이 홀대되고 고급스럽고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위선적인 모습이 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 슬프기도 하다. 특히 각자만의 색깔이 분명히 해야 할 예술계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니 안타깝고 돈만 보고 쫓아다니는 가짜 예술인을 보게 된다. 예술의 이유가 돈이 분명 차지하는 부분이 맞긴 하지만 자기는 멋지고 진짜 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남은 비하하는 것이 예술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인지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나도 그런 위치에 있으면 특출 나고 개성이 있는 사람을 보고 배 아파한다거나 배척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고 정작 그 자리에 가면 다르게 보일 수 있으니. 그렇다고 잘못된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박사의 삶을 보노라면 많은 부분을 삶에서 반성하게 된다. 자기만의 색깔을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나를 배척하는 자들을 품는다는 것, 그리고 나의 삶에서 누군가를 배척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보게 된다는 것 등등


더 나아가 확대해석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각자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된다. 농담이 아니라 각자가 진짜 그 길에서 박사가 맞다. 주변의 편견과 고집을 버텨내기란 굉장히 힘들고 주변 평판이란 것이 굉장히 중요한 사회생활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과 같이 어울리면 나도 무리에서 소외당할까 봐 왕따시키게 되는 메커니즘.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학창 시절에 했던 왕따가 사회생활에서는 없다는 식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선택권과 활동범위가 넓어졌을 뿐, 어딘가 속하게 되면 또 하나의 왕따가 시작된다. 자의든 타의든 내가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이 지독한 눈치싸움은 위장하고 포장된 채로 계속된다. 약자에 대한 비겁한 행동이나 심지어 나는 몇몇 자기 계발서나 인플루언서 혹은 꽤나 구독자를 많이 확보한 유튜버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멘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멘트. 진짜 막장이다. 거기에 그럴듯한 듣도 보도 못한 이론을 가져다 대며 독자들을 혹하는 사람들을 보고 더욱 정신 차려야겠다는 경각심을 불태운다.


줄이고 줄여 아무 말 대잔치였던 것 같긴 한데 이박사 노래를 요 근래 많이 들으면서 그의 삶에 존경을 표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색깔을 내고 있는 박사님들, 그리고 오늘도 대학원에서 열일하시는 박사님들도 고생하신다는 생각을 하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아싸! 좋아 좋아 좋아~~ 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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