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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Jan 01. 2023

비상경영---큰 함정은 왜 어뢰를 못 막았나?

비상경영---큰 함정은 왜 어뢰를 못 막았나?

  2018

 

사회나 회사나 ‘사고’라는 게 이따금 터진다.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

키기도 한다. 독립적인 공장이나 함정, 항공기 같은 데서도 이따금 당하는 사고는 왜 못 막는가? 

사람 몸에도 병이 생기고, 사회적인 전염병은 세계적으로 번지기도 한다. 공장이건, 함정이건, 자

기 방어를 어떻게 철저히 해야 하는가?

우리가 머리 좋은 인재를 뽑고 또 키우는 것은 월급을 많이 주려고 하는 게 아니고, 바로 사고를 

예방하고 막으라는 이유에서다.

 

큰 함정이 작은 어뢰 못 막으면 그걸 왜 만드나?

남의 윗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줄도 모르고, 특별한 역량을 갖췄는지 아닌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발전소 책임자 일을 맡았던 나에게, 작은 어뢰 한 방에 두 동강난 거대한 ‘천안함 폭침 사건’은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만든다. 천안함이 동강났는데 내가 왜?

우선 질문을 하나 앞에 걸어 놓고 보자. 

“현재 기술로는 거대한 함정이 작은 어뢰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런 황당한 얘기가 어디 있나? 이것은 방어에 허술했던 자의 핑계인가 아니면 정말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인가? 

상황은 이렇다. 큰 배가 작은 어뢰 한 방 먹어 동강이 났다는 것,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큰 배를 만드는 거야? 그냥 작은 어뢰를 귀신같이 쏘고 달아나는 작은 잠수함을 만들고 말지! 

우리 잠수함들은 그 때 뭘 한 거야? 우리 KSX 한국형 잠수함이 ‘림팩 훈련’에서 연합군에 한 번도 발각되지 않았다고 맨날 자랑하지 않았나?

한국군이 북한의 게릴라전을 간과했다는 신문보도는 정말 웃기는 소리다. 위험한 데는 가면 안 된다는, 어린 아이들도 알 수 있는 전략을 해군사관학교 나온 장교들이 많고, 수십년 해군 직업군인들도 많을 텐데, 간과했다고? 


틈새 메우기

그런데, 인생을 살아 보니, 어떤 완전한 이론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일어나며, 매사는 늘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틈새가 많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구멍과 틈새, 그것을 메울 작전과 사람, 조직과 인력, 투자비, 채금자(고 현대 정주영 회장의 사투리 발음 - 책임자)….

특히, 함정보다 엄청나게 더 큰 화력발전소도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설계를 했을 것이지만, 구멍과 틈새는 많이 있어 고장과 사고가 일어나는 사실을 보면서 살아왔다. 설계가 승인될 때까지 많은 단계의 검토와 결재가 있었을 것인데, 틈새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은 지식과 경험이 모자랐던 것일 게다. 설계자의 그 빈 틈을 메워주는 것이 발전소를 운영하는 조직에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설비개선활동’이고, ‘후속기 설계반영안’이다.


우선 천안함 사고는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져 본다. 

함장? 소속 함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우리나라는 크든 작든, 사고는 다 대통령 책임인 것은 국민들이 다 아는 얘기. 

그들은 약간의 시간 문제는 있었더라도 모두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하게 잘 해냈는지도 모른다. 단지 “그 작은 어뢰를 막을 기술이 모자랐는데, 누군가가 그 틈새와 구멍을 메우지 못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를 메울 '채금자'는 누구인가? 담당자인가? 그 윗선인가? 다른 부서인가? 아무도 맡은 자 없는가? -----결국 또 대통령이 했어야 했나?


각급 책임자의 처신

어떤 일을 기안하는 담당자(평 직원)는 자신이 최초의 기안자인데, 자신이 창안했건, 상부 지시로 기안하건, 사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최후의 결정자인 마음으로 기안해야 한다. 그의 다음 단계 윗자리에 앉은 사람은 담당자의 틈새와 구멍을 알아채고 이를 짚어 메꿔줄 능력이 있어야 한다. 다단계 결재 시스템이니 각 단계의 상급자가 역시 더 높은 경험과 지식에서 차하 직급자의 틈새와 구멍을 메워줘야 한다. 이렇게 하여 최종 결재자는 더 큰 통찰력으로 살피게 된다. 

담당자든 중간 관리자든, 책임자든, 모두 스스로 기안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최고결정권자 같은 마음으로 일하지 않으면 틈과 구멍을 메워지지 못하는 것이요, 그런데도 최후의 결정이 틈과 구멍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그 건 조직 전체의 역량이 부족한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모두가 하나같이 합심해서 달성하려는 것을 「공동의 목표」라 부를 것이다. 천안함은 피격되었다. 어뢰를 발사한 북한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더 큰 것을 노려야 한다. 


“함정은 어뢰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나 잘 안 된 이것은, 각급 책임자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 할 일을 잘 살펴서 챙기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이 사건은 ‘북한이 전력과 작전을 노출시킨 뼈아픈 실수가 되게 만들지 않는다면’ 순국용사들의 원혼을 달래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발전소 관련 일에서 많은 어려운 문제들과 부닥쳐 헤매기도 했지만, 정상화시키기를 수백 번, 그 내용들은 거의 모두 문서로 정리하거나 책으로 펴내어 많은 발전소와 관련자에게 전달하였다. 계약을 할 때도 쓰고, 설계를 고치는 데도 쓰고, 시공방법을 고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시운전과 정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게 해도 이따금 일어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틈새를 메운다고 애를 썼지만, 실행에도 통찰에도 문제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거함도 거목도 쓰러지지 않게

수백 살 먹은 거목은 몸체의 틈새로 온갖 벌레와 조류, 곤충, 이끼류가 붙거나 침투해서 살 파먹기, 알까기, 부식 부패, 동공현상도 생기고, 겉으로 허우대는 멀쩡해도 하체는 부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이런 피해를 막으려고 지혜를 동원해서 틈새를 메운다. 

어느 날 큰 소용돌이 바람이 몰아쳐도 맥없이 자빠지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거목이다. 

항공모함처럼 함정이 클수록, 나무가 클수록, 발전소가 클수록, 회사 조직이 클수록, 틈새메우기를 잘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내가 사는 길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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