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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31. 2024

왜 손이 아닌 맨발을 내보이셨을까?

맨발이 흙에 닫을 때마다 대지의 힘이 전류처럼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있어 부르튼 맨발  ----”  

                       맨발 문태준 >         

 

맨발걷기를 하며 <맨발> 시를 암송해본다. 죽은 부처는 슬피 우는 제자에게 왜 발을 내밀어 보이셨을까? 생전에 부처가 설법 중 말없이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신 염화시중(拈花示衆) 화두가 생각난다. 그런데 왜 부처는 손이 아닌 맨발을 보이셨을까?    

 

맨발은 자연의 모태인 땅과 직접 닿는 가장 낮은 신체 부위이다.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려 자연의 생명력을 전달받듯, 인간은 맨발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전달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맨발걷기를 좋아하는 ‘맨발러’식 작정해법이다.   

   

맨발 발바닥이 흙에 닫을 때마다 대지의 힘이 전류처럼 찌르르 흘러든다. 우린 죽을 때도 이렇게 맨발을 내보일 수 있을까.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  < 맨발 / 문태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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