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도 못버리면서 어찌 남을 위한 기도를
“오, 신이시여 / 나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존경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 사랑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 칭찬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 (---) / 인정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 저를 구해내소서. (---)”
< 기도 / 라파엘 메리 델 발 >
틱낫한 스님은 ‘작고 하얀 쥐를 기르는 여섯 살 소년의 기도 이야기’로 <<기도; 틱낫한 지음 2006년 명지출판>>의 ‘여는 글’을 시작한다. “어느 날, 이 쥐가 사라졌다. (---) 소년은 무릎을 꿇은 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소년은 간절히 기도했지만 쥐는 돌아오지 않았다. 왜 소년의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을까.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사람들은 기도를 드린다. 건강, 성공을 얻으려는 욕망이 가장 크다. 인간의 욕망은 ‘간절히 원하는 그 무엇’이자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추기경, 라파엘 메리 델 발(1865~1930)은 ‘존경받으려는, 사랑받으려는, 인정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기도한다. ‘삶의 동력원’을 버리라는 말씀일까.
<기도>는 ‘욕망 버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다른 이들이 나보다 더 존경받고, 더 칭송받고, 더 사랑받기를’ 빈다. 나는, 이처럼 다른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드려본 적이 있는가. 내 욕망도 못 버리면서 어떻게 다른 이들이 나보다 더 칭송받기를 기도할 수 있을까. 남을 위한 기도문을 입속으로 읽으며 만년필로 일기장에 필사한다.
“그리고 신이시여 / 나보다 다른 이들이 더 사랑받기를 / 나보다 다른 이들이 더 존경받기를 / 나는 낮아지고 다른 이들이 칭송받기를 / 모든 일에서 나보다 다른 이들이 먼저 인정받기를 / 허락하소서 (---) < 기도 / 라파엘 메리 델 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