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눈을 감아도 그 섬은 가슴속에 펼쳐진다
“저 섬에서 / 한 달만 살자 / 저 섬에서 / 한 달만 / 뜬 눈으로 살자 / 저 섬에서 /한 달만 /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 뜬 눈으로 살자 /(---) ” <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 이생진 >
십 년 전, 성산포에서 ‘일주일 살기’를 했다. 하루 한 코스씩 올레길을 걸으며 일곱 날을 채웠다. 첫날은 땅끝 지미(地尾)오름(166m)이 있는 올레길 21코스. 다음날은 말머리를 닮았다는 말미오름(146m)에서 시작하는 1코스, 기나긴 종달리 해변을 걷는 4시간 내내 멀리 앞장선 성산일출봉(180m)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왜 그 섬에서 ‘한 달만 살자’고 했을까. 정말 ‘뜬 눈으로 한 달 살면’ 그리운 것이 사라질까? ‘오름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은 말년에 루게릭병에 시달리면서도 제주 중산간에 묻혀 살며 20만 장이나 ‘그리움’을 카메라에 담았다. 올레길 3코스, ‘김영갑이 몇 차례나 허물고 허물다가 다시 쌓았다’는 두모악 갤러리 돌담을 만져보았다.
이제, 그 섬은 눈을 감아도 가슴속에 펼쳐진다. 둥글게 휘어지는 수평선, 푸른 바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초록빛 오름들. 나는 아파트 앞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가슴속 성산포를 걷는다. “성산포에서는 / 바다를 그릇에 / 담을 순 없지만 / 뚫어진 구멍마다 / 바다가 생긴다 // 성산포에서는 /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 천연스럽게 / 바다가 생긴다 <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 이생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