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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Feb 05. 2023

'내가 세상에 온 이유' 알 수 있나요?

죽을 운명이기 때문에 사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 하네 / 이미 살고 있음이 이긴 것이므로 / / ----------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하네 / 천천히 가도 얼마든지 / 먼저 도착할 수 있으므로 //

죽도록 온 존재로 사랑하라하네 /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는 / 사랑하기 위함이므로. "

      <나에게 이야기하기 ; 이어령>    

 이어령은 세상을 살면서 너무 잘하려하지도 말고, 너무 욕심부리지도 말고,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라면서

마지막으로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를 말한다.

'나는 사랑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왔다'고 확실히 나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물은 있고 불은 없다. 백은 있고 흑은 없다. 갓은 있고 상투는 없다. 총각은 있고 처녀는 없다. 이게 무어냐?” 마치 철학적 난제처럼 들린다. 혹시 한자(漢字)가 아닐까, 이리저리 꿰어 맞추어 보아도 안 된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이라는데 감이 잡히지 않는다. 장난기 많은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난센스 퀴즈다. 결국 가장 쉬운 방법으로 풀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물은 있고 불은 없다’라고 썼다. 더 문장을 치기도 전에 ‘김치’라는 답이 3개나 뜬다. 질문이나 답변 날짜가 모두 3년 전인 걸 보니 벌써 옛날 개그다. 알고 나니 쉬었지만 ‘김치 스토리’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재치 있는 창의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은 넌센스 퀴즈 아닌 진지한 철학 문제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사람은 왜 사는가?’ SNS에 올려보았다. 예상대로 갖가지 질문과 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11살입니다. 왜 사는지 알고 싶어요?”, “중학생인데 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고통의 연속인 삶을 살아야 합니까?” 질문 중에 “그냥 죽고 싶다.”는 사연도 있었다. 


답변은 길어진다. 한 문장짜리 단답형 답변도 많다. “부모님께서 당신을 낳으셨으니까요.” “이미 태어났으니, 잘살아보고 싶으니까 사는 거 아닐까요.” “죽지 못해 산다.”는 체념형 답도 있다. 훈계형 답이 제일 많다. “어차피 언제든 죽을 거, 경험해보지 못한 것 경험 다 해보고 죽어야 미련 없이 죽을 것 아니냐.” “산에서 먹고 살아보라, 자식이 풀뿌리 먹고 산다면 그런 질문이 나오겠는가?” “사는 이유를 찾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라.”


‘태어나는 순간, 망각프로그램을 실행하여 태어나기 전 정보를 까맣게 잊게 만든다.’는 가상현실 영화 <매트릭스> 스토리를 인용하며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하는 설득형 답도 있다. 성인군자의 명구와 잠언을 늘어놓으며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논문형 답은 중언부언 길어진다. 


우리는 이미 태어나 버렸는데, 왜 꼭 태어난 이유를 알아야 할까? 사실 태어나지 않았다면 사는 이유를 찾아 헤맬 필요조차 없다. 죽을 운명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죽기 전에 제대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난 이유, 곧 사는 목적을 찾고자 함이다. 태어남은 삶의 뿌리이다. 태어난 이유는 곧 사는 이유, 목적의 뿌리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라는 시의 마지막행에서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라고 명확히 밝힌다.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배우듯 / 사랑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 가장 중요한 일은 /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이들을 / 사랑하는 일이다. / 몸이 불편한 이 / 영혼이 가난한 이 / 부유하고 비뚤어진 이 / 버림받은 이 / 오만한 이까지도 / 모두 사랑하라. // --- 타인 또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 /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 톨스토이 > ” 


나도 난센스 퀴즈를 만들어본다. ‘흑도 있고 백도 있다. 노인도 있고 젊은이도 있다. 몸이 불편한 이도 있고 영혼이 가난한 이도 있다. 부유한 이도 있고 영혼이 가난한 이도 있다, 버림받은 이, 오만한 이도 있다. 타인도 있고 나도 있다. 이게 무어냐?’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나? 어차피 삶은 난센스퀴즈다.     2018.07.30. 

    톨스토이가 죽기 2년 전 완성한, 명상을 통해 얻은 글모음집  <살아갈날들을 위한 공부> :

    12쪽에 <사람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시가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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