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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Mar 15. 2023

매일, '난 죽는다' 시 쓸 수 있나요?

         어떤 증오심도 한 줌 연기처럼 흩어진다


                                   신형철 시화집  < 인생의 역사 > ; 2002년 난다 출판





"나는 죽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시를 매일 써야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인생의 역사>에서 한강이 쓴 ‘서시(序詩)’에 대한 

시화(詩話)를 펼치면서 끝막음한 말이다. 

‘내 죽음과 대면해야 비로소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다시 처음인 듯  살아가고  

싶어 지니까, 그러기 위해 죽음으로 미리 달려가 보라’는 뜻이라고 신형철은 덧붙여 설명한다.




우리는 누구나 다 죽는다. 예외는 없다. 다만 언제 죽을지 그 날짜만 모를 뿐이다. 그런데 꼭 그 날짜가 오늘이나 내일인 것처럼 미리 자꾸 되새겨야 할까, 탐욕을 줄이는데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죽음에 대한 사색과 성찰이 오히려 즐겁게 살아야 할 오늘마저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 몰아넣는 일이 되는 건 아닐까? 의문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자들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을 산다면 오히려 근심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칼럼을 쓴 김영민 서울대 교수도 ‘삶의 의미가 사라진 사회적 죽음, 장기가 더 이상 삶에 협조를 거부할 때 오는 육체적 죽음’ 등 두 가지 죽음을 얘기하면서 “죽음을 생각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죽도록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언제인지 몰라도 그도 죽을 것이다.’ 훨씬 미워하는 마음이 가벼워진다. 다만 내가 먼저 갈지, 그가 먼저 갈지 알지 못한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인간이 만든 어떤 증오심도 죽음 앞에서는 한 줌 연기처럼 흩어진다.


한강의 ‘서시’는 운명을 만나는, ‘죽음에 대한 시’이다. 시작부터 운명과 친구처럼 대면한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 나에게 말을 붙이고 /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 잘 모르겠어 //---”


운명은 항시 친구일 수 없다. 한강이 ‘서시’에서 말하는 ‘운명’은 결국 ‘저승사자’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저승사자’로 바꿔 본다. “어느 날 저승사자(운명)가 찾아와 나에게 ‘내가 너의 저승사자(운명)다. 그동안 잘 살았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를 조용히 끌어안고 오래 있을 수 있을까.” 기절초풍하여 놀라 자빠지지 않을까. ‘이제, 같이 가자’ 내 손을 잡으면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저승으로 가는 길을 따라나설 수 있나.


아침에 눈을 뜨면서, ‘나는 죽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시를 써본다, “나는 죽는다 / 너도 죽는다 / 모두가 가는 길이다 / 오늘일까  내일일까 아니 모레일까 / 하늘만 알고있날이다 / 미리 알아낼 수 있다면 / 탐욕과 불안과 고통이 줄어들까? ”


역시 시를 쓴다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매일 아침 죽음에 대한 시 한 편씩이라니! 챗GPT에게 하나 써달라고 부탁해보았다. “제 몸은 부서져 쓰러지겠지만 / 나의 영혼은 자유롭게 날아갈 거야” 답변이 단 두 줄이다. 영혼이 없는 기계가 말한 ‘나의 영혼’은 무얼 말함일까. 나는 몸과 영혼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나의 몸은 부서져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내 영혼만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


"나는 죽는다 / 밤 11시 눈을 감았다 / 난 죽었다 // 새벽 6시 눈이 떠졌다 / 창밖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가 파도처럼 귀를 울린다 / 새벽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채운다 / 오늘 하루 생을 주셨구나 // 오늘밤 11시, 나는 또 죽는다. " 두번째 써보는 나의 자작시 <나는 죽는다 2>이다.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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