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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18. 2023

아름다운 지구위를 걷고 있나요?

맨발의 자유인이 되어 걸어보라


“모든 길은 다 걷기 명상의 길이 될 수 있다. 

시원한 가로수가 늘어선 길, 향긋한 벼가 자라고 있는 논길, 

도시의 뒷골목, 지뢰가 잔뜩 묻혀 있는 한국의 비무장지대까지도 

걷기 명상의 길이 될 수 있다. ” 

                  <힘 /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 명진출판사 > 55쪽            




   

 ‘강천사 맨발길’을 걸었다. 병풍폭포에서 시작해 꽃무릇에 둘러싸인 강천사를 지나 구장군폭포까지 맑은 계곡 물소리 따라 걷는 맨발길이다. 주말이라 아이 손을 잡고 걷는 가족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왕복 5km, 두 시간여 흙길을 맨발로 걸으니 온몸이 가뿐해진다. 땅 기운을 받은 효과이다.     


 “마음을 저 아래 발바닥까지 끌어내려라.--- 흙에 입맞춤하는 기분으로 걸어라 --- 대지의 힘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틱낫한 스님(1926~2022)이 권하는 ‘걷기 명상법’이다. 틱낫한 스님은 2003년 3월 한국방문을 기념하여 <힘>을 출간하고 2013년 다시 한국을 찾아와 우리나라 여러 길을 걸었다.     

 

 강천사 맨발 길은 걸을 때마다 마음을 발바닥까지 끌어내리기 전에 이미 따끔거리는 땅 기운이 가슴으로 밀려온다. ‘대지의 힘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땅에 몸이 붙어있는 한 당할 자가 없다’는 그리스 신화 속 안타이오스가 떠오른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거인 안타이오스는 리비아 사막에 살면서 나그네에게 싸움을 걸어 죽이곤 했다. 안타이오스는 땅에 쓰러질 때면 어머니 가이아로부터 힘을 얻어 더욱 팔팔해졌다.      


 영웅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를 공중에 들어 올렸다. 땅에서 몸이 떨어진 안타이오스는 힘을 잃었다. 땅에서 태어나 땅을 밟고 사는 인류는 어찌 보면 안타이오스 후예다. 그 후예는 헤라클레스보다 더 힘이 센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에 의해 공중에 높이 들어 올려졌다. 땅에서 멀어진 현대 문명인은 땅에서 몸이 떨어진 안타이오스처럼 힘을 잃었다. 2020년 코로나19에게도 휘청거렸다.    

   

 땅 힘을 받지 못해 휘청거리는 현대 문명인 앞날은 어찌 되나? ‘참사람 부족(오스틀로이드 족)이야기’가 우리 앞날을 보여주는 징조가 아닐까. “동물, 나무, 풀, 샛강, 공기조차 한 형제, 누이라고 믿으며 어떠한 숲도 파괴하지 않고 강물도 오염하지 않고 호주에서 5만 년을 살아온 원주민, 참사람부족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고 곧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비 내리는 것이 달라지고, 더위는 날로 심해지고, 동식물의 번식이 줄어들어 사막에는 이제 물도 식량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탄트 메시지 / 말로 모건 지음, 류시화 옮김>”


참사람 부족은 자연 치료법을 전공한 캔자스 시티출신 여의사 말로 모건(당시 50세)을 선택하여 사막 횡단여행에 동참시킨다. 신발도 물도 음식도 없이 자연이 제공해 주는 것에 의존하며 섭씨 40도를 웃도는 대사막을 넉 달 동안 건너는 맨발여행이다. 문명세계로 돌아온 말로 모건은 체험기 <무탄트 메시지>를 쓰고, ‘눈 위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는 둔갑술’ 등 사막에서 배운 지식을 실행하며 살기로 결심한다.  

    

 우리는 말로 모건처럼 맨발로 몇 달간 사막을 걸을 수 있나! 아니, 하루 한 시간이라도 어느 길이든 걷고 있는가! 지뢰밭 DMZ도 걸었던 틱낫한 스님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책장을 덮고 가만히 걸어보라. 당신이 걷고 있는 그곳은 차가운 마룻바닥이나 아스팔트가 아닌 아름다운 지구 위라는 사실을 느껴보라. 그리고 마음을 발끝에 모으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유인으로 걸어라. 정말 멋진 일 아닌가? <힘 ; 50쪽>”라고 말한다.  책장을 덮고 아름다운 지구 위를 자유인이 되어 걸어본다. 맨발의 자유다.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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