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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Sep 04. 2023

멜랑꼴리한 나날들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요새는 모든게 불안하고 우울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우울증의 느낌인건가 싶기도 하고 나도 나를 알지 못하겠다. 근데 그냥 이 모든걸 인정하는게 싫은것 같다. 


방학동안 집에서 보낸 시간이 끝난 후에 개강을 해 학교로 돌아왔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고 친목을 다지고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그 와중에 미래를 생각하며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하는 이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진다. 주위 사람들은 다 대단하게 무언가를 이뤄내며 열심히 살고 성취해 나가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제자리에 멈춰 서서 하기 싫다고, 두렵다고 칭얼대기만 하는 것 같아 너무나 한심하고 그렇게 자신을 한심해 하면서도 결국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나의 모습에 또한번 우울에 빠지게 된다. 고학년이 되고 주변에서 하나 둘 나는 이걸 하고싶어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나를 비교하면서 이렇게 되버리는 것 같다. 비교가 좋지 않다는 것은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친구들의 나에 대한 평가는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 스트레스 잘 받지 않을것 같은 사람, 남들에게 별로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다. 어느정도는 맞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저 모든 것과 반대의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 들어 남들의 말을 곱씹어보게 되고 원인도 모르게 우울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고. 어디서부터 곪아온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하겠다. 


예전에는 가깝게 느껴졌던 친구들이 이제는 멀게 느껴진다.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에게 살갑게 대하지는 못하는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걸까. 나는 늘 외로움을 느끼고 공허를 느끼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나의 이런 마음을 절대 노출할 수는 없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종종 듣는 말은 친해지기 어렵다, 다가가기 어렵다는 평가들이다. 나도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철벽대신 마음의 문을 열고 싶지만 아무리 다짐해봐도, 노력해봐도 그게 쉽지가 않다. 주위 사람들에게 서스럼없이 나의 모든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들이 나는 너무 부럽다. 예전부터 나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나의 힘듦을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연애를 하면 나아질까 싶다가도 나는 그런 것과도 인연이 없는것 같이 느껴진다. 또 나의 지금 심리상태는 상당히 불안정하다고 느껴진다. 본인부터가 단단한 사람이어야 한다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를 못한다. 애초에 나에게 그런게 가능한지도 잘 모르겠다. 


첫 자취를 시작할 때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책임과 어느정도의 요구치가 있다보니 그 안에서 이런걸 느끼는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너무나도 본가에 가고싶어진다. 편안한 집으로 가족과 함께 있고 싶다는 욕구가 항상 강하게 든다. 거의 6년째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제와 이렇게 느끼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 예전보다도 오히려 집이 더 그리워진다. 유아퇴행이라도 하나 싶고. 


이 모든걸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일단 운동을 해볼까 한다. 몸을 움직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꾸준히 운동을 나가기로 다짐해봤다. 나는 기본적으로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가 너무 재미없는 사람같이 느껴진다. 뭘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취미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이렇다할 취미가 없다.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뮤지컬을 보는것도 아니고... 참 스스로가 재미없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취미를 찾아볼까 싶었는데 꾸준히 관심을 가질 만큼 흥미를 느낀 분야가 없다. 일단 그래도 집 밖으로 벗어날 생각이다. 우선 해야하는 공부나 과제부터 똑바로 하고 운동도 하고 취미는... 차차 찾아보는 걸로 하겠다. 이 우울의 굴레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극복하겠다는 식으로 마지막에 쓰기는 했지만 의욕이 생기거나 하지가 않는다. 계속 우울한 상태로 있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감정을 진짜 벗어날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갑자기 찾아와서 두서없이 우울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다. 나도 이 글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지울수도 있지만 우선 지금은 어디에라도 내 마음을 털어놓아야 할 것 같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심정으로 글을 놓고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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