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게 말고 나의 가게를 디자인해라
이 글의 독자는 디자이너이거나 디자인을 전공하고 계신 학생일 것으로 생각하고 작성하였습니다. 간혹 디자인 관련 용어를 사용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 개인적인 주관으로 참고만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디자인을 전공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디자인회사를 약 3년 정도 다닌 경험, 지인들의 업무 현황을 보고 느낀 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월급이 적다.”입니다.
보통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면 작은 디자인 에이전시나, 중견•중소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됩니다. 그곳에서 최저 임금을 받고 디자이너의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제품, 시각, 서비스 분야별로 연봉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공대, 경영대 졸업생들이 받는 연봉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아니 현격하게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야근이 많이 없어졌다지만 디자이너들은 허구한 날 야근을 합니다. 클라이언트(고객, 회사)가 만족할 때까지 결과물을 뽑아내야 하고 데드라인(납기일)이 있기 때문에 정규 근무 시간을 초과할 때가 많습니다. 또 디자이너는 공장 시설이 따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으로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주말에도 카페에서 작업을 합니다. 연중무휴, 프로젝트가 없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일 일을 합니다. 그렇게 일 년, 이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숙달된 디자이너가 됩니다. 일은 숙달되어 더 빠르게 처리하는데, 매일 일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휴가도 쓰기 어렵고, 급여도 거의 인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준비합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아주 많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잘 정리해서 이직을 합니다. 급여가 좀 올랐고, 직급도 올랐지만 똑같이 매일 일을 합니다. 그렇게 1~2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루틴에 스스로 자립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런 분들이 프리랜서들로 활동하는 플랫폼이 라우드, 크몽 등입니다. 고객이 디자인 에이전시와 계약하지 않고, 디자이너와 직접 연결해 주는 사이트입니다. 위의 생애주기를 겪은 디자이너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이 플랫폼에는 디자이너들이 넘쳐납니다. 경쟁도 치열해져 단가는 더욱더 낮아져 갑니다. 프리랜서가 되어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기는 너무 힘듭니다.
조금 비약된 얘기 같지만 많은 디자이너들이 겪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고객을 만족시켜 왔지만, 디자이너들에게 남은 ‘돈’은 많지 않습니다.
비단 디자인업계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개인이 회사에 다니면서 벌 수 있는 돈은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최근 주식투자, 부동산, 투잡, 부수입과 관련된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모두가 회사를 하면서 벌 수 있는 돈에 불만을 느끼고 있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자, 회사에 불만족스럽지만 특출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우리는 무엇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자유롭게 놀 거 다 놀며 버는 것 같은 유튜버? 코인과 주식?
아쉽게도, 세상에 돈을 쉽게 버는 법은 없습니다. 결국 독립적인 자영업, 장사, 사업을 해야 합니다. 음식점, 뷰티숍, 헬스장 등 자신이 하고 좋아하는 일, 관심 있는 계열의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였고, 다른 업종(정부 보고서 작성 용역, 구제 옷가게)을 해보다가 현재 음식점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음식점, 외식업을 추천드리고자 합니다. 추천드리는 가장 큰 이유는 외식업은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확실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과거 외식업의 정의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일, 장사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외식업은 여러 가지 감각의 경험을 더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변화했습니다. 여기서 감각의 경험을 더한 공간과 서비스는 디자이너들이 항상 해왔던 작업입니다. 시각디자이너는 시각물로 공간을 변화시켰고, 서비스디자이너는 고객만족을 위한 다양한 경험을 설계하였습니다. 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과 경험을 활용하여 음식점을 운영한다면, 높은 확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확신합니다.
외식업이 아니라 다른 사업들도 디자인이란 능력자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디자인은 비슷한 경쟁업체와 차별화를 줄 수 있는 기본적인 전략이며, 고객에게 시각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는 무슨 음식점을 해야 하나요?
대한민국은 직장인들이 퇴직 후 치킨집을 차리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버린 치킨 공화국입니다. 코로나 기간 때에도 치킨브랜드 가맹점이 1만여 개가 넘을 정도로, 치킨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많은, 아니 치킨집 밖에 할 게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평균 수명보다 직장인이 근속 연도가 짧아져, 제2의 경제적 수입이 필요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다른 메뉴보다 수요가 높고 규격화가 잘 된 치킨집을 차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디자이너에게 음식점 창업을 권하는데, 어떤 음식점을 해야 할까요? 저는 아무 업종이나 상관없다입니다. 카페, 한식, 일식 등 어떤 메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차리는 것은 많은 기회비용을 동반하니 하고 싶은 업종 중 몇 개는 알바나 직원으로 직접 일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요리전문학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좋으며, 최근에는 전문학원에서 창업까지 다 가이드해 주는 수업도 있습니다. 당장 하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창업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고객이 원하는 문제점을 발견(needs)하고 해결책을 제안하기 위한 생각(design thinking)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 몸을 담고 리서치하여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여 자신만의 음식점을 창업하면 됩니다.
디자이너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습니다. 자료를 찾기 위해 구글, 네이버를 뒤지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많은 시안을 제작해 왔습니다.
이제 나만의 가게를 디자인하여 나를 위해 돈을 벌어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가게를 만들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상권분석, 식자재, 조리, 트렌드, 주방동선 등 많은 지식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듯 초반에 빠르게 베타버전을 출시하여 차근차근 발전(develop)시켜 나가면 됩니다. 하나씩 발전시킬 때마다 판매량과 수익이 느는 것을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음식점입니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가게들이 잘 됩니다. 당신은 디자이너로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주는 것을 항상 해왔습니다.
남을 위해서 디자인을 하지 말고, 자신의 가게를 위해 디자인해 보세요. 다른 세상을 만나보게 되실 겁니다.
구체적인 창업과정이나 디자인 관련 궁금하신 점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아는 한도 내에서 다 답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