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차원을 발화하는 자

제6화 중첩의 도시

by 늘람

도시는 미세한 진동 위에 놓인 악보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공명 반응은 이제 더 이상 특이 현상이라 부를 수 없었다. 린과 엘레나의 실험 이후, 도시는 고유의 위상 구조를 서서히 잃어가며, 여러 층의 감각적 레이어가 뒤엉킨 채 중첩되고 있었다. 바람은 방향성을 읽을 수 없게 흩어졌고, 그림자는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 늦게 바닥에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현실'은 미묘한 시간차를 품은 채 서로 다른 위상으로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도시는, 어쩌면 겹쳐진 감각의 사본에 불과할지도 몰라." 린은 서늘한 창틀에 손을 얹으며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윤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엘레나는 이틀째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끝없이 쏟아지는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심하게 충혈되었지만, 여전히 호기심의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어젯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어. 귀로는 들리지 않았는데, 가슴으로는 분명히 들은 것 같았어."

"공명이 이제 언어를 통하지 않고도 직접 전달되기 시작한 거야." 린은 노트에 간결하면서도 복잡한 구조를 그려가며 차분히 설명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호들은 모두 선형적 흐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위상적으로 겹쳐진 다층적 공간에서 기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동하면서 발생하는 간섭 패턴이야. 마치 한 장의 악보 위에서 서로 다른 조성의 선율이 동시에 연주되는 것처럼."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덧붙였다. "이건 단순한 파동의 문제를 훨씬 넘어서, 인식 그 자체의 근본적인 진입점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야."

도시의 병원들은 불면증, 방향 감각 상실, 간헐적 실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북적였다. 어느 대형 기업의 인사팀은 일주일간 출근 시간을 혼동한 직원들이 30%에 가까이 증가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행했고, 지하철 운행 시스템은 동일 구간을 반복 주행하는 기이한 오류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지역 뉴스 방송국은 하루치 뉴스를 두 번 중복 편성하는 실수를 범했고, 시민들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그 맛을 경험한 것 같은 강한 기시감을 공유하며 이를 '식사의 중첩'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공공 도서관에서는 특정 서가 구간에서 책 제목들이 서로 뒤바뀌는 기이한 현상이 관측되었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식의 틈'이라 명명되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특히 감각이 예민한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에게서 이상 증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익숙한 단어를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매일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잃고, 오래전 과거의 기억을 마치 방금 일어난 현재인 것처럼 착각하기 시작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이들이 갑자기 교실의 색이 바뀌었다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놀랍게도 모든 아이가 제각각 다른 색을 이야기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어요. 마치... 그들 모두가 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청 근처 중앙 광장에서는 '공명의 소리'를 감지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작은 종교적 공동체가 자생적으로 형성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이 미세한 진동이 "신의 맥박"이라고 열정적으로 선언했다. 반면, 일부 극우 성향의 정치 단체들은 린과 엘레나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도시의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사변적 과학자들"이라는 공격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일부 시민들은 자조적 유머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며 SNS에 '오늘의 울림 지수 예보'를 만들어 공유했고, 특정 '중첩 강도가 높은' 지역을 피하는 생활 루틴을 공유하는 온라인 모임도 급속히 성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명 반응을 활용해 난치성 신경 질환 치료에 응용하려는 생명공학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린과 엘레나는 도시 중심부에 새로운 관측 지점을 조심스럽게 설치했다. 린은 어릴 적부터 기하학적 구조와 수학적 패턴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했던 아이였다. 물리학자였던 부모덕에, 그녀는 유년기를 실험실과 복잡한 수학 문제집 사이에서 보냈다. 그러나 그녀가 진정한 근원적 질문을 품게 된 건 열두 살 무렵, 학교에서 배운 중력의 이론적 개념이 실제로 경험한 낙하의 감각과 미묘하게 어긋났을 때였다. 이론과 감각 사이의 미세한 틈—그것이 그녀를 이 길로 이끈 최초의 실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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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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