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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ug 18. 2023

설빙

망고팥빙수

참 어려운 일이다. 삶은 어렵다. 설빙에 앉아서 우리의 고민이 풀리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꼬여버린걸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못 본 척 하다가 서로를 내려놓았다.

나와 친한 언니로부터의 서운함이 이렇게나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다니

느슨하게 나를 표현하면 이렇게나 큰 일이 될 수 있는거구나.

나와의 절친인 언니와 교육 프로그램 하나를 수강했는데 그 곳에서 팀이 이루어지고 

생각이 다른 두 팀으로 확고하게 나뉘었다.

언니는 딱 그 중간지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 팀의 소속이 되었다.

언니에게 좋은 소스를 주는 약간 설레발의 교육생이 언니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엔 나와의 소중한 시간에서 멘붕이 온 것이다.

상황은 변함이 없으니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 날부터 나는 내 중요한 업무보다 그 일이 자꾸만 생각이 났으며 서운했고 아팠다.

언니와 함께 하는 다른 모임의 단톡에서 나의 아픈 감정이 매끄럽지 못한 문장으로 튀어나왔다.

어색하고 낯설고 이 좋았던 모임이 조금씩 마음이 뜨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마음이 접혀가고 있을 즈음 나는 용기를 내어

언니에게 점심을 먹자고 했다.


언니를 보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

언니도 나도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의 일을 쭈욱 꺼내놓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우리는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 했다.

내려놓으니 뭔가 보였다. 보이니 하나씩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마음이란 건 이렇게나 연하고 약하고 보드라운 것.

문장 하나에 메시지 하나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오늘 나는 휴대폰을 덜커덕 놔두고 출근을 했는데

분명히 손에 쥐고 가방에 넣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가방에는 사실적으로 없었다.

사실은 마음이 편안한 것. 사실은 어디로도 튕겨나가지 않는 것.

사실은 모두가 평화로운 것. 나는 그동안 얼만큼의 진심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옳고 모든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내 순리가 그의 순리가 아니었을거라는 생각.

사실이 사실일 때,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 순리라고 여겨지는 요즘같은 시대에 말이다.

나의 순리는 오로지 나한테 적용했을때의 옳은 것임을 알아차렸다.

언니는 다시 따뜻했다. 나를 제대로 짚어주었다. 네 감정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데 좀 둘러보란 말이야.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걸어나왔다. 비틀비틀 걸어나와서는 손을 씻고 새사람이 되기로 했다.

언니의 눈가가 촉촉하다. 나 며칠동안 잠을 못 잤어. 나를 내려주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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