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커피 한 잔을 끝내고 앉았다. 자카르타에 다녀오니 여름이 가고 있었다.
만도마이에서 만난 아이들의 까만 눈 자꾸만 돌아봐지는 뱃머리입니다.
잃어버렸던 고양이가 돌아오고요. 엄마가 만들어 주는 닭날개 볶음이 맛있어요.
고양이는 그렇게 6개월을 보내고 아파트 앞 전원주택단지 마당에 앉아있더라구요.
열어놓은 현관문을 나와서 계단에 앉아 재활용박스를 정리하는걸 보고 있었나봐요.
나는 그대로 현관문을 닫고 엄마집으로 출발을 했으니까요.
닫힌 문은 열리지 않고 아이는 바로 아래층 현관에 앉아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래층 여자가 현관문을 열자 튀어오르는 고양이를 보더니 기겁을 했나봐요.
관리실 직원들이 출동을 하고 아이는 아파트 1층까지 긴 작대기로 내몰렸던 거죠.
엄마를 이틀이나 캐어하고 돌아와보니 그때서야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죠.
장맛비가 쏟아지고 가을이 오고 나는 밤마다 새벽까지 아이를 찾아 나섰죠.
이름을 부르며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아이 이름을 부르며 그렇게
찾다가 겨울이 오고요. 새해가 오고 말았어요. 춥디추운 1월이었을까요.
공간을 오픈한다고 분주히 움직이고 책꼿이를 들이고 책을 옮겨 꼿아놓고
아이를 찾으러 집 근처를 뒤지며 다녔어요.
칼 바람이 부는 겨울아침 아파트 근처 주택단지를 도는데 어떤 집 마당에
사뿐히 앉아있는 고양이를 발견했어요. 무슨 생각인가 골똘히 하며 뒷모습을 보는데
우리집 고양이란걸 직감했어요. 이름을 부르니 뒤를 돌아보더군요.
대문이 없는 전원주택 마당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데 아이는
내가 다가서는 만큽 뒷걸음질을 치는거에요.
가까운 편의점에서 추르를 사서 다시 아이 이름을 불렀어요.
아이는 그 자리 그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딘것일까. 도대체 6개월간 어디에서 잠을 잔 것일까.
아이를 발견하고 이틀만에 한바탕 눈이 내려쌓인 아침에 아이와 극적으로 만났어요.
발버둥을 치며 손발톱에 피가 나도록 철창을 긁힌채로 아파트로 돌아왔어요.
현관에서 하루를 묵고 아이를 진정시키며 캔과 물과 사료를 주었어요.
길고양이가 되어 쾌쾌한 냄새와 시라소니로 변한 손발을 닦아가며
안정을 취하고 구충제를 투여하고 사흘만에 아이를 안아볼 수 있었어요.
공간이 마련되는 사이 아이는 동네구경을 실컷하고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