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걷기
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풍경에 감동받곤 합니다. 지난 토요일, 병원으로 향하는 가로수길, 그 골목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포도 열매를 만났을 때 신기함에 한참을 들여다보았죠.
여린 열매를 보고 있자니, 무엇을 해도 부족한 것 같고, 결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막막함 대신 어설프고 풋풋했고 달성한 것이 특별히 없어도 성장하는 것 같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몇 주 전에도 이곳을 지나갔지만 이 포도송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 눈에는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도 포도송이는 아주 조금씩은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죠. 아마, 3주 뒤, 다시 가로수 길을 찾을 땐 지금은 보이지 않는 새로운 포도송이가 맺혀있겠죠?
멈춘 것 같은 순간에도 자라고 있는 포도처럼 지금의 저도 아주 느리지만 매일 조금씩 자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때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지만 그 순간의 감정과 마음을 담아 글과 사진으로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