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부터 글렀다

여행 첫날 액땜의 연속

by 다씽

한달살이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반면 준비 과정은 매우. 아주 순조로웠다.


함께 하기로 한 유라와 트러블 없이 숙소 예약, 탁송 보내기, 예산 사용을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원활히 진행되었다. 그래서였을까? 한달살이도 순조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여행 당일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부터 조금씩 우리는 제주에 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표류되는 느낌을 받았다. 출발차 안-김포공항-제주공항-주차장-제주도 집 도착 이 일정 중 모든 장소에서 이슈가 발생했다. 후회가 밀려왔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의 에어컨이 고장 나서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향했다. 올여름 역대 최대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6월 중순 초여름이었지만 에어컨 없이 1시간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부터 체력이 점점 소진되고 있었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공항에서부터 정신 바짝 차렸어야 했는데 공항 게이트 문이 열림과 동시에 헬 게이트가 열린 것이었다. 탁송 보낸 차에 짐을 실어 보낸 상태라 수하물 부칠 일은 없었다. 키오스클을 활용해서 티켓을 발권했다. 지류 티켓으로 발권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여행 일기에 스크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티켓을 출력했다. 유라는 모바일 티켓으로 하겠다며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출국장에서 알아차렸다. 분명 자리는 2 좌석을 했고 내손에 티켓은 2장이 들려있는데? 에? 그럼 맞잖아? 하며 다시 보니....

티켓에 이름은 내 이름과 둘째 호진이 이름 이렇게 둘 뿐인 거다. 효린이 티켓이 없는 거다. 아... 호진이는 좌석 확보하지 않는 개월수지만 티켓은 나오는 거였는데 2장이 나와서 그것만 들고 이동해 버린 거다. 효린이 티켓을 찾아 항공사 부스로 뛰어갔다. 키오스크 앞에 서 계신 직원분과 마주쳤다. 그분이 나를 보며 티켓... 하며 조심스럽게 내미신다. 효린이 이름이 적혀있는 티켓이다. 3장이 줄줄줄 나왔는데 나머지 한 장을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고 그걸 직원분이 주워서 보관하고 계셨던 거다. 키오스크 앞에서 조금만 기다렸으면 되는데 2장 나왔다고 홀랑 들고 이동을 한 거였다. 굳이 모바일 티켓으로 가면 될 걸 지류를 뽑아가지고 함께 가는 유라를 기다리게 하는 미안한 마음 가득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제주도 입도도 못할 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그럼에도 유라는 액땜한 거라며 우리의 제주 한달살이가 잘 될 징조라며 위로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비행이라 공항에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한 터라 탑승을 기다리며 여행의 설렘을 극대화하는 릴스 영상도 촬영했다. 앞으로 닥칠 일을 1도 알 수 없었다. 마냥 신이 났던 엄마 둘이었다.


아이들 낮잠시간에 맞춰 비행시간을 예약했기에 낮잠만 잘 자주면 됐다. 하지만 육아가 언제 내 마음대로 된 적이 있었나? 매번 같은 실수와 착각을 반복하는 나란 사람. 이륙과 동시에 유라의 딸 서아가 울기 시작했다. 졸린대 비행기 안이 답답하고 시끄러우니 잠에 잘 들지 못했던 거다. 대박이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럭저럭 잘 버텼는데 착륙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울음 바통을 이어받은 거다. 비행기 안이 더워서 짜증과 졸림이 한꺼번에 밀려왔나 보다. 벨트 등이 켜져 있다. 안아서 달랠 수 도 없는 상황이다... 거기다 옆자리 분, 대각선 앞자리 분들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아주 신경 쓰였다. 죄송한 마음이 한가득이라 내리면서 죄송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옆자리 분이 내리기 직전에 혼잣말이었지만 내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애랑 비행기를 왜 타는 거야. 하... ' 하는 거다. 그럼 엄마가 애랑 비행기를 안 타면 누가 타나.. 죄송한 마음이 쏙 들어갔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뉴스, 인터넷 글에서만 보던 일을 직접 당했다. 글을 볼 때는 이렇게 말해야지, 현명하게 대처해야지 했는데 혼잣말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고 애랑 비행기 탄 건 맞으니까... 하며 못 들은 척했다. 그렇다고 나도 아이 울지 않게 최선을 다했는데 뭔가 엄마라는 존재가 된 것만으로도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이때까지 체력은 괜찮았는데 정신적 타격을 받은 채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지금까지의 스토리만 봐도 글러먹었구나 싶겠지만... 글러먹음은 이제 반이다.


공항에 도착했고 전날 보낸 차를 찾아야 한다. 자동차 키를 보관한 장소 찾아 이동해야 했다. 탁송기사님이 보내준 경로를 검색하니 입국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제주공항에서 보통 많은 사람들이 나가는 게이트 쪽 좌석에 앉혀두고 키를 찾으러 달렸다. 차키 하나를 위해서.. 수하물 보관소에 맡겨진 차키를 찾으러 뛰었다. 제주도를 몇 번이나 왔었지만 수하물 보관소를 이용한 적은 없어서 많이 헤맸다. 그때 유라한테 전화가 온다. 효린이가 와이파이 끊어졌다고 빨리 오라고 한다. 아 맞다. 내 핸드폰으로 테더링 해줬는데... 내가 폰을 들고 멀어 나자 와이파이가 끊어진 거다. 더 마음이 급해졌다. 유라 혼자 아이 셋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더 빨리 차키를 확보해야 했다. 마음속으로 자체 BGM을 깔며 '빠빠빠바 빰빠 빰빠빠빠빠~' 전속력으로 뛰었다.

수하물 보관소에서 기사님께 받은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다들 갸우뚱하시는 거다. 보관증에 쓰인 숫자가 너무 날렸어 있어서 한 번에 확인이 안 된 거다. 그래서 차키 1개다 어떤 키링이 달려있다. 설명을 해서 받아오는 해프닝까지... 정말 착착 진행되는 일이 1도 없었다. 그래도 차키를 확보했으니 차를 타고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첫날의 미션을 완주해야 했다.



돌쟁이 2명, 미취학 아이용 카시트 3개, 육아러의 한 달 치 짐이 실린 차를 마주했다. 꽉! 들어찬 트렁크였지만 공항에서 사용한 유모차와 배낭을 테트리스해서 잘 욱여넣었다. 1시간만 가면 된다. 안전하게 가자 하는 마음으로 정말 사람이 탈 공간이 있는 게 용할 차 안에 5명이 타고 이동했다. 백밀러가 보이지 않아 운전할 때 엄청 조심해서 했다. 차선 변경할 때 특히 조수석 유라에게 물어보며 운전했다. 5명의 생명을 담고 있는 차였기에 아주 신중하고 조심해야 했다. 공항에서 털렸던 멘털이 운전을 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게 되었다. 다행히 평일 낮이라 차량이 많지 않았고 엄마들의 예상과 달리 비행기에서 낮잠을 자지 않은 녀석들은 차에 탑승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조금의 여유가 생겨서 예전에 TV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여행을 하면서 특정 음악을 함께 듣는 분의 이야기. 특정 음악을 들을 때마다 당시 여행의 기억이 생생하게 매치되며 머리에 남기에 어떤 이동을 할 때 특정 곡을 선택해서 듣는다는 이야기가 스쳤다. 그래서 '제주도의 푸른 밤-태연' 노래를 들으며 제주도 도착의 기분을 한껏 내보기도 했다. 공항을 벗어나니 정말 제주에 온 기분이 들었고 역시 음악은 그 기분을 마구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거기에 날씨도 좋았다. 힘들었던 시간이 보상되는 기분이었다.




숙소에 도착했다. 미션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복층 선택이 주는 불편함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한달살이의 짐을 들고 좁은 계단을 몇 번이고 오르내렸다. 제주까지 들어오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가며 쉬운 게 하나 없구나. 고스톱 판에서 말하는 첫 끗발이 개끗발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도 개끗발이 되지 않을 거다. 오늘의 모든 과정이 액땜이었다!라는 정신승리를 해보면서 짐 정리를 했고 미리 택배로 보내두었단 비상식량(햇반, 라면, 볶음김치 등)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유라와 나는 자연스럽게 오랜 친구에서 가족이 되었다. 각종 비상상황을 뚝심 있게 헤쳐나가는 아빠의 역할은 나, 비상상황에서 아빠의 멘털이 나가지 않게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지라며 정신적 지주의 엄마의 역할은 유라가 맡게 됐다. 효린이는 가족이 된 첫날이었지만 K장녀 모먼트를 살려 숙소에서 동생들을 잘 돌봤다. 여행 가기 전부터 두 동생들 잘 돌봐주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첫날부터 잘 지켜주었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무지 가팔랐다. 막 걷기 시작했던 돌쟁이 녀석들은 기어 다니기는 선수였다. 더구나 기어올라가기를 하기 위에 태어난 아이들처럼 계단을 보자마자 마구 달려들었다. 숙소 주인 분들도 기어올라가기 선수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걸까? 숙소 계단에 걸쇠가 있는 문이 있는 거다. 계단 난간보다 깨끗한 상태의 나무로 말이다. 손님들이 맞이하면서 피드백을 반영하신 것 같았다. 아이들이 계단을 계속 올라가니 문을 제작해서 달아놓으신 듯했다. 그 계단의 문을 잘 닫아두는 것이 필요했다. 엄마인 유라이모가 아주 현명하게 효린이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아이 둘 보안관과 특별 임무로 계단 안전문 잘 잠가두기였다. 임무를 부여받은 효린이는 나를 닮아서였을까? 임무 수행을 찰떡같이 잘 해냈다. 각자의 임무부여가 명확해지면서 시작부터 글러먹었다 했던 마음이 조금씩 덜 글러먹어지고 있었다.


글러 먹음의 끝이 그로우 (grow 성장) 먹음으로 바뀌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1일 차 팁 _ 첫날은 장보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배달을 시켜 먹거나 택배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류 등을 보내두는 것이 좋다. 탁송을 보낼 때는 공항에서 사용하게 될 짐의 공간을 남겨두고 택배를 보내야 한다. 자칫 꽉꽉 채워서 차를 보내면 사람이 탈 공간이 없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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