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에 모든 것을 걸었다

제주 한 달 강추 필수템

by 다씽

제주 한 달 살이에서 가장 든든한 존재는 남편도, 아이들도 아니었다. 바로 유모차였다.
유모차는 단순히 아이를 태우는 수단이 아니었다. 우리의 이동식 창고이자, 카페이며, 때로는 구명보트였다.

걸 수 있는 건 모조리 걸었다. 고리만 네 개, 컵홀더 두 개(그중 하나는 두 잔을 꽂을 수 있어 총 세 잔까지 가능), 그리고 손잡이에 다는 유모차 가방까지. 얇은 블랭킷, 아이 옷, 모자, 물, 손 선풍기, 쇼핑백, 심지어 쓰레기봉투까지… 어디서든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 짐을 들던 나에게, 유모차는 짐수레이자 안전장치였다.

특히 장마철에 빛을 발했다. 비자림 숲길을 걸을 때, 아이가 모기를 물릴까 싶어 모기장을 씌우고, 더울까 봐 선풍기도 달았다. 고리에는 던져버린 모자와 쇼핑백이 걸려 있었고, 컵홀더에는 생수 세 병이 꽂혀 있었다. 그럼에도 대박이는 흔들리는 유모차 속에서 꿀잠을 자고 있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모기장은 촘촘히 그를 지켜주었다. 두 손이 자유로운 나는 효린이에게 바로 물을 건네줄 수 있었고, 효린이가 다 마신 물은 다시 컵홀더로 돌아갔다. 그 순간, “유모차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놀이를 갈 때면 상황은 더 극적이었다. 아이를 아기띠에 메고, 유모차에는 구명조끼와 짐을 산더미처럼 실었다. 또, 매일 저녁 이어지는 분리수거에도 유모차가 출동했다. 제주도는 요일별로 품목이 나뉘어 매번 들고나가야 했는데, 10kg 넘는 아이와 부피 큰 재활용품을 함께 감당하기엔 내 두 팔이 부족했다. 바퀴 달린 유모차 덕분에 분리수거도, 외출도, 여행도 가능했다.

유모차가 없었다면? 낮잠 재우기도, 10kg 넘는 아이를 안고 다니는 것도, 수많은 짐을 들고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취학 아동과의 제주살이에서 유모차는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필수였다. 수납을 극대화한 유모차야말로, 우리의 한 달을 지탱해 준 진짜 생존 장비였다.




미취학 아동과의 제주도 한달살이에

단연 필수품은 유모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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