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기간 정할 때 고려할 점
제주도에 도착한 지 3일 만에 깨달았다. 나는 날씨요정이 분명하다는 것을.
제주도에 표류되기 전에도 각종 여행지에서 비 소식이 분명히 있었다. '우산이 있는데 뭐. 비 와도 어때 그래도 나가자. 여행은 날씨도 즐기는 거지 뭐' 하는 마음으로 나가면 맑아졌다. 비에서 쨍! 하고 맑아지는 극단적인 날씨 변화의 경험은 드물지만 비는 거의 안 왔다. 국내든 해외든 동일했다. 그런데 이번 제주 살이에서도 3일 만에 그 경험을 한 것이다. 그래서 유라에게 말했다. "유라야 나 날씨요정이야. 걱정하지 마 우리 제주도 살면서 장마여도 비 많이 안 올걸? 와도 잠깐 우리 나갈 때는 비 그칠 거야!" 했다.
우리의 제주 한달살이는 24년도 6월 19일부터였다. 제주 여행 티켓을 구매하면서부터 제주 날씨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몸은 경기도에 있으니 날씨 어플은 자동으로 내가 있는 지역의 날씨를 알렸다. 그럴 때면 나는 제주의 날씨를 손수 눌러 살피곤 했다. 날씨 예보에 장마라는 단어가 나올 때면 언제부터 시작인가 귀를 기울였고 작년 제주의 장마는 어떠했는지 검색도 했다. 과거의 제주 날씨와 올해 장마 예보 기간을 분석한 결과 우리의 한 달 살이중 50% 정도는 장마기간에 속할 것으로 판단했다. 절망적이었었다. 왜 이 날짜로 정했지? 날씨 좀 만도 알아보고 할걸...이라고 후회하기엔 늦었다.
사실 날짜를 이 시기에 정한 이유는 3가지였다. 여름 성수기를 피해 예약해서 경비를 줄여보는 것이 1번, 6월 초에 하자니 대박이 돌잔치가 있어 돌잔치를 끝나고 가자가 2번, 최종 날짜가 픽스된 것은 유라 남편의 생일이 6월 중순이라 한 달이나 집을 비우는데 생일은 챙기고 제주에 가야 될 것 같아서가 3번이었다. 날짜를 정함에 있어 날씨는 1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동남아 여행을 갈 때는 우기인지 여부를 찾아보고 가면서 제주도에 한달살이를 할 때는 왜 검색 한 번을 안 했을까... 제주의 비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유라와 의논을 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뭐 그래도 살아보는 거니까 그리고 기상청 날씨 안 맞을 때 많잖아. 괜찮을 것이다 하고 생각했다. 제주도는 비마저도 제주스러울 거야 즐기자 하는 마음을 갖자고 그렇게 정신승리 해보기로 했다.
우리의 정신력에 하늘도 감동한 걸까? 일기예보가 틀린 날이 더 많았다. 틀린 날이라기보단 내가 필요한 시간에 신기하게 달라졌다. 특히 작정하고 사진 찍기로 한날에는 더더욱 그랬다. 아침미소목장, 세기알해변, 돌문화공원, 함덕해수욕장 아기해녀스냅, 사진관 예약 등등 촬영을 하는 날 분명 비가 그려진 날씨 어플이었는데 사진 찍을 때만큼은 놀랍게도 비가 그쳤다.
물론 하늘이 쾌청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비를 맞으면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으니 그거면 되었다. 생각했다. 그게 나를 더욱 날씨요정으로 만들고 있었다. 어쩔 때는 흐렸던 지역은 맑아지는 경험까지 하게 됐는데 이쯤 되니 여행 다닐 때 비는 1도 걱정 안 해되 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아났다. 날씨요정이 나를 따라다니는 게 맞다.로 확신을 가졌다.
2일 차에 딩구의 병원행, 폭우를 시원하게 겪어서 인지 가랑비가 오는 건 비 축에 껴주지도 않았다. 또 흐린 날은 날이 덥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가 오면 또 어떠랴?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비도 맞아보고 제주도의 비냄새도 맡아보고 하는 경험을 또 하게 되는 거니까 경험적 측면에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정말 제주에 스며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날씨에 맞춰서 일정을 짜는 스킬까지 늘어났다. 맑은 날은 바다, 물이 있는 곳에 가서 시원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고 흐린 날은 해안로 드라이브, 맛집, 카페 탐방 등을 갔다. 비 오는 날은 무조건 실내 아니면 집콕이었다. 거의 매일 외출을 했던 우리는 날씨에 따라 일정을 유동적으로 조정했다.
제주는 정말 크고 한라산을 기점으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줬다. 제주시 조천읍 한림해수욕장 7분 거리에 위치한 마을에 숙소에서 생활했다. 표류 4일 차에 서귀포 중문에 위치한 항해진미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3일 차에 유라 남편, 유라의 친정부모님이 방문했다. 첫 게스트였던 셈. 유라 부모님과 할게 하는 제주여행이라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준비했는데 우리도 덩달아 함께 오션뷰가 펼쳐지고 좋은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항해진미'에서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식사 초대에 감사를 가득 안고 이동하는데 거의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편도 1차선의 꼬불꼬불 길을 따라가야 되기도 하지만 제주가 정말 큰 섬인 것을 항상 간과했다. 이번 제주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제주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꼈던 것이 날씨의 변화 때문에 정말 컸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출발해서 한라산을 끼고 서귀포시 중문으로 향했는데 출발할 때 그렇게 비가 많이 왔다. 유라는 가족들과 먼저 출발했고 나는 아이들을 챙겨 20분 정도 늦게 출발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안전 운전하라고 전화가 올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와이퍼를 최대로 움직여도 빗물이 계속 차 앞 유리에 덮어지는 상태였다. 나는 분명 도로에 있는데 자동세차기 안에 들어와 있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가 왔다. 잔뜩 긴장을 해서 인지 어깨가 아팠다. 5.16 도로까지 여차저차 왔는데 신기하게 비가 뚝 그쳤다. 5.16 도로는 제주시와 서귀포 시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1131 지방도의 다른 이름인데 5.16 군사 정변 때 만들어진 도로라 이러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내가 이 도로를 왜 기억하냐면 감탄을 연발했던 숲터널 때문이었다. 비가 한참 와서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 5.16 도로 진입과 동시에 숲터널이 펼쳐졌고 무섭게 내리던 비는 운치 있는 신비로운 안개로 변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와~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관경이었다. 당시 차 안에는 돌쟁이었던 호진이는 낮잠 자고 있었는데 어찌나 감탄을 했던지 호진이가 깰 정도였다. 평소 조심성이 큰 효린이는 출발하면서부터 무섭게 내리는 비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 운전 조심해하며 내 뒤통수에 대고 안전운전을 강조하는 말을 퍼부었다. 그런데 효린이도 5.16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걱정의 소리를 멈추고 "와~ 이쁘다 환상적이야. 엄마 천천히 가면 안돼?"를 말한 정도로 너무 멋진 풍경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날이 맑으면 더 예뻤을까? 를 생각하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정도로 5.16 도로는 운치 있었고 이게 제주다! 하는 풍경을 마구 보여줬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운이 좋은 날씨요정이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이 날씨요정을 만들었구나 하는 것 말이다.. 날씨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그 날씨를 어떻게 받아들이으냐에 따라 한 달살이를 즐기는 시선이 바뀌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더 나아가서 단기 여행, 한 달 살이등 여행에서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를 여행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때에도 마음가짐을 부정적으로만 하지 말고 상황을 즐기고 달리 볼 줄 아는 사고를 키워야겠구나 했다. 당장은 제주 한 달 살이에서 적용을 시켜봐야지.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앞으로 제주의 날씨에 연연하지 말고 제주의 한 달을 기꺼이 누려보겠다고 말이다.
'제주의 날씨를 바꾼 건 내가 아니라 제주의 모든 것을 사랑하려는 내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나는 제주 날씨요정이었다.'
tip
제주에는 평일에 쉬는 집, 브레이크 타임, 사전 예약 여부등을 체크해야겠다는 것이다. 일부 일정은 찾았음에도 예약 부분으로 다음 일정으로 미루거나 못 간 곳도 많았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무료 체험시설의 경우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곳이 많았다. 주말은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곳이 많았기에 평일을 이용해서 신청을 해야 했다. 또 평일임에도 비 예보가 되어있으면 금방 예약마감되니 날씨에 따른 플랜 B 실내 여행지 리스트 미리 체크해 두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