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우리, 같이 가지만 따로 놀아요

12일 차 제주해양동물박물관

by 다씽

우리는 한 달짜리 가족이었으니까 진짜 가족이 오지 않은 날에는 모든 동선을 공유했다. 그 동선은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고 가끔은 교육적인 루트가 있기를 바랐다.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나이대의 아이가 있어 효린이에게 맞추면 서아나 호진이가 버거워했고 서아나 호진이에게 맞춰 장소를 정하면 효린이가 지루해했다. 하지만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우를 수 있는 장소는 동물이 있는 곳이었다. 며칠 전에 왔다간 유라 언니가 알려줬던 곳으로 갔다. 유라 언니도 가려했는데 2박 3박 일정에 빠듯해서 가지 못하고 정보만 공유해 주셨던 곳이었다. 언니가 알려준 장소를 네이버 지도에 한달살이 리스트에 저장을 해두었다. 후기들을 보니 4세 이상은 가야 될 것 같았다. 무료면 부담 없이 갔겠지만 입장료가 있어 망설여졌던 곳이다. 성인이 1만 원이라니... 고민이 됐지만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실내로 목적지를 결정해야 했다. 이동 거리가 멀지 않은 곳으로 찾다 보니 지도에 저장해 두었던 제주해양동물박물관으로 도착지를 설정하고 있었다.


40분 정도 이동했다. 도착한 곳의 주차장을 보니 꽤 규모가 있어 보였다. 야외 정원도 잘 꾸려져 있어서 아이들과 오기 좋아 보였다. 아쉬운 건 비가 와서 야외 정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제일 아쉬운 점이었다.






제주 해양 동물 박물관은 실제 해양 동물의 박제 품이 있는 곳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주 큰 개복치가 입구에서 맞이하고 있는데 당연히 조형물이겠지 하고 설명을 읽어보니 2006년에 강원도 양양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개체를 제주해양동물연구소에서 표본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되어있었다. 이렇게 큰 물고기가 있다니 실제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내가 실제로 본 가장 큰 물고기는 아쿠아리움에서 봤던 대왕 가오리였는데 입구에 전시된 개복치가 바다에 실존을 했다는 걸 상상하니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다. 입장을 위해서 매표소에 가는데 매표소 안내에 이런 게 있다. '제주도만 할인' 우리는 왜 제주도민이 될 생각을 못했을까. 한 달 사는 거라서 전입신고 굳이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컸다. 유라도 동의했던 부분이고. 그렇게 전입 신고를 안 하면서 살았는데 각종 제주도민 할인 문구를 보면 할걸... 하며 마음속 껄무새가 마구 등장했다. 제주 한 달 살이 오시는 분들 보니까 전입 신고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유는 이런 도민 할인 때문이 컸다. 전입신고는 이사 때에만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단순한 생각이었고 순간 아 나도 한 달간 살러온 건데 전입신고 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얼마나 할인받을라고... 말자 하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안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각종 입장권의 할인을 받는 것보다 전입신고를 통한 내 마음가짐이 정말 제주도민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이제 와서 어쩌겠냐 아쉬운 마음만 가지고 매표 결제를 하는데 유라한테 괜히 미안했다. 10,000원이라는 거금을 입장료에 쓰는 건데 서아에게 부담스러운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24개월 미만아동은 무료입장이라는 점이었다. 입장을 하면서 보니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아주 적합한 체험활동지가 있었다. 우선 3장 챙겨 입장을 했다.




효린이는 체험지를 일부러 지워주면서 이걸 다 수행해야 된다. 그래야지.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고 유라에게 쥐어주었지만 쓱 한번 훑더니 서아가 할 수준이 아니다 물론 나도 하지 않을 거다 괜찮다 하는 거다. 체험학습지는 고스란히 유모차 장바구니로 밀어 넣어졌다. 그렇게 입장을 하러 들어가는데 일부 살아있는 생물도 있고 표본으로 만들어진 생물들도 있었다. 거의 대부분 표본이 생물들이어서 조금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죽은 동물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는 곳이니까. 그래서 약품 처리한 냄새도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유라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효린이의 교육을 위해서 내가 밀어붙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왔는데 돈은 냈고 이곳 안에서 이용은 적절하게 해야 되는 거니까. 현재를 즐기자 했다. 어쩔 땐 능청스럽게 행동했어야 했다. 체험지 쥐고 얼른 문제 맞히러 가자 내 손을 끄는 효린이와 유모차를 타고 있는 대박이 둘을 데리고 제주해양동물박물관을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이동을 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 둘은 나뉘어서 다닐 수밖에 없었다. 서아는 걸음마를 거의 땐 상태로 걷기에 막 재미를 붙인 터라 여기저기 아장아장 잘 걸어 다녔다. 이제 막 인생 12개월 차인 대박이는 원활한 걸음마를 하진 못해서 여행 초반에는 유모차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체험지 미션을 완성해야 되는 효린이와 함께 다니니 박물관 곳곳의 미션 장소에서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체험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해설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답을 작성해야 했기에 이동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평소 해양생물에 관심이 없는 아이라면 10분 컷으로 전시장을 둘러볼 규모였다. 외부에서 봤을 때보다는 내부 전시장은 작았다.



그래서 더욱 28,000원이라는 입장료가 아깝게 느껴졌다. 움직이는 생물이 아니다 보니 인형처럼 전시되어 있는 해양생물 표본이기에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더욱 재미가 없었을 거다. 역시나 10분 컷으로 유라와 서아는 전시장을 다 관람한 상태였고 그나마 놀이체험이 있어서 체험을 하며 놀고 있었다. 그렇지만 돌쟁이 아이들이 체험을 하기에는 난도가 있는 퍼즐 체험이었다.




효린이의 체험 활동지는 아직 반도 안 채워졌는데 나는 유라 눈치를 봐가며 효린이에게 체험 활동지를 빨리 채우도록 재촉했다. 하지만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효린이는 백상아리 관찰하고 하고 체험지 그림에 빠진 부분 그려 넣기, 귀상어의 머리 부분이 없는 그림에 머리 그려 넣기 미션에 아주 진지한 상태였다.



유라는 기다리다 못해 전시장 밖 카페에 가있는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징얼거리는 서아에게 이유식을 먹어야겠다고 하면서 나간 거다. 마음은 더 급해졌다. 이 와중에 다행은 호진이가 잠들어서 보채지 않았던 거다. 이 상황에서 가 잠들지 않고 배고프다고 보채는 상황이었다면 박물관 관람은 종료가 됐을 거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따로 다녔다 각자의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함께라는 이름 아래에 있었지만 실제는 따로의 연속이었다. 세 아이 모두 행동 패턴이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하지만 돌아보면 그게 우리의 모습이었다. 함께 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여행기간 내내 각자의 아이들과의 추억을 쌓는 것이 많았다. 각자의 추억이 조금은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겠지만 같은 시간, 공간에서의 기억은 함께일 테니 이것이 따로 또 같은 추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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