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데이의 기적

제주살이 8일 차 _ 아침미소목장, 세기알 해변

by 다씽



제주도에 왔다면 응당 아름다운 제주들 담은 인생샷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또 그 아름다운 사진에 복장, 날씨까지 뒷받침된다면 금상첨화! 그동안은 아이들을 돌본다고 편안한 복장을 많이 입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편한 복장만 가지고 왔다. 한 달 사는 건데 그냥 편한 게 장땡이지 했다. 그런데 제주에 와서 본 며칠간 본 유라의 복장은 편하게 입었는데 뭔가 신경 쓴 복장인 거다. 소위 말하는 꾸안꾸 복장. 학창 시절부터 과하지 않으면서 따라 입고 싶게 만드는 옷차림을 많이 했던 유라. 역시 그 능력은 어디 안 간다. 유라뿐 아니라 서아까지도 얼마나 귀엽고 이쁘게 입히는지 아이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금방 크는 아이들인데 옷 사는 것은 사치라 생각했다. 그런데 유라와 서아를 보니 너무 부러운 거다. 엄마와 아이가 시밀러룩으로 입을 때도 있고 사진을 막 찍어도 복장이 깔끔하니 사진도 더욱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유라에게 자극을 받은 나는 옷장을 살폈다. 흠... 없다.. 입을 옷이 없다. 한 달살이라 집에 있는 옷 중에서도 나름 고르고 골라온 옷들인데도 입을 옷이 없었다. 두 아이를 케어한다고 편한 복장만 너무 챙겼나 싶은 찰나! 검정 나시 롱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너로 정했다! 바로 검정 원피스로 입고 효린이는 검정바지에 흰 티셔츠를 호진이는 검정 줄무늬 상하복을 입혔다. 나름 블랙&화이트 조합으로 입힌 거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 하늘까지 맑았으면 사진 잘 찍는 유라에게 인생샷 좀 부탁해 볼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침미소목장이다. 유라언니와 나은이가 떠나고 우리끼리만 남은 첫날이었다. 본격 공동 헬 육아 오픈! 그동안 나은이와 효린 맞춤 코스로 다녔기 때문에 오늘 아이들 모두 좋아할 만한 곳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바로 아침 미소 목장이다. 아침미소목장은 말 그대로 목장인데 아기 젖소 먹이 주기 체험이 있는 곳이고 무엇보다 입장료가 무료다. 이런 체험형 목장은 입장료가 있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아서 꼭 가볼 곳 리스트에 있던 곳이었다. 아침미소목장의 후기를 보니 워낙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고 주말이 오면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주차를 멀리 하고 걸어올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스냅사진 맛집이라 가족, 연인 스냅사진 촬영도 많이 하는 곳이라 했다. 이 후기 때문에 내가 옷을 신경 썼던 것이다. 생각보다 길이 험했다. 아스팔트에서 시멘트 길로 바뀌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들어갔는데 정말 차가 많이 오면 운전이 힘들 코스였다. 주말 방문보단 평일 방문이 수월할 것 같아 평일을 선택했는데 역시나 굿 초이스였다. 주차장 현수막을 보니 4 주차장까지 쓰여있었다. 정말 주말에 오면 헬이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가까운 1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입장했다.

전날 온 비에 바닥이 진흙밭이었다. 야자매트가 깔려있긴 했지만 맑은 날 보단 바닥상태가 좋진 않았다. 그런 와중에 효린이가 업어달라고 보채는 거다. 호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동 중이었다. 효린이에게 설득을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업었다. 효린이를. 그럼 호진이 유모차는 어떻게 했냐? 밀었다. 한 손으로. 허리는 굽힌 상태로 효린이는 내 목을 감싸 매달려 있다시피 했고 유모차를 밀지 않는 손으로 효린이의 엉덩이를 받쳤다. 거의 묘기대행진 차력쇼를 하며 아침미소목장 입구를 지났다. 관리하시는 분,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분들과 마주쳤다. 지나가면서 하시는 말씀이 귀에 선하다 "와 저 엄마 바바". "아이고 딸아 엄마 고생하네 내려와" 하며 신기한 눈, 격려의 말을 보냈다. 내가 효린이를 업었던 이유는 제주에 온 지 일주일 된 시점에서 효린이보다 호진이를 계속 돌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혼자 노는 효린이가 계속 눈에 밟혔다. 그동안 엄마에게 안아달라, 놀아달라 한 적이 없는 녀석이 제주도에 와서 처음으로 업어달라고 한 거다. 그래서 얼마나 업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업었다. 처음으로 나한테 사랑을 해달라고 말한 거였으니까 말이다. 나름 챙겨 입고 나온 날이었는데 이럴 거면 편하게 입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엄마의 노력을 알아주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건지 얼마 안 가서 내려달라고 하는 거다. 감사한 순간이었다.

입장을 하고 나서도 하늘은 우중충했다. 그래도 비가 오진 않을 것 같은 하늘이라 다행이다 하고 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젖소먹이 주기 체험을 했다. 입장료는 없지만 체험에 드는 비용이 있다. 젖소에게 줄 우유가 들어있는 젖병을 자판기에서 뽑아 먹이 체험장으로 갔다. 보통 젖병 판매하는 곳과 체험하는 곳은 근접해 있는데 거리가 상당했다. 가는 길목에 놀이터도 있어서 놀이터에서 논다고 한하는 애들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젖소 먹이 먹이고 다시 오자하고 먹이를 주러 갔다. 양 먹이 주기 체험 같이 볏짚을 주는 게 아닌 젖병을 먹이는 체험이었다. TV를 통해서 보긴 했지만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조금 기대가 됐다. 그런데 이 녀석들 난리도 난리도 아니었다. 젖병이 다가가니까 먼저 먹겠다고 입을 가지고 오는데 아기 젖소가 아니라 성난 젖소였다. 젖소먹이 체험은 순 식 같아 공포로 변했다. 효린, 서아, 호진 누구 하나 가까이 다가가지를 않았다. 유라도 무섭다고 할 정도로 젖병에 대한 젖소들의 주둥이 돌진이 상당했다. 이로써 아기 젖소 먹이 주기 인생샷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도 괜찮다. 넓은 초원과 다양한 포토존이 있는 곳이다 하며 다른 포토존으로 이동했다. 나무로 액자 프레임을 만든 포토존에 효린 호진이를 앉혀두고 한 컷, 방목형 우리에 입구 포토존에서 한 컷, 나무 그네에서 한 컷. 스냅사진 명소인 이유가 있구나 했다.



아이들과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사진을 찍다 보니 배도 출출하고 목도 말랐다. 목도 추길 겸 허기도 달랠 겸 목장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들어갔다.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들어지는 우유를 가지고 만든 음료와 디저트가 있었는데 하나같이 부드럽고 고소한 우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가도 좋은 게 목장의 신선한 우유를 바로 즐길 수 있는 점이었다. 안내 팸플릿을 보니 집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배송 서비스도 하는 것 같았다. 팸플릿을 챙기며 보니 옆에 스탬프 투어 안내가 있는 거다. 아침 미소 목장 구석구석에 우체통이 있는데 우체통에 있는 스탬프를 찍으면 스티커를 준다는 거다. 오호라! 다꾸 하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인데!? 했다. 종이에 직접 스탬프를 찍는데 아닌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찍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썼다. 내 핸드폰, 효린이 영상용 핸드폰 2개를 들고 같이 다니는 거였다. 한 사람이 가도 2개를 찍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유라에게도 하자고 하니 귀찮다고 했다. 아 유라는 요런 걸 선호하지 않는구나 생각하며 나는 여기저기 퍼져있는 우체통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유라는 목장에서 찍은 사진을 살피고 있었는데 사진이 너무 잘 나왔다고 보여주는 걸 보면 하나같이 하늘이 아쉬운 거다. 사진을 볼 때마다 나눈 말은 하늘만 맑았으면 진짜 사진 이뻤겠다였다.



남은 포토존을 찾아 카페를 나왔다. 카페를 나오자마자 놀라운 관경이 펼쳐졌다. 우리의 아쉬움이 하늘에 닿은 걸까?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180도 바뀐 거다. 지금이다 폭풍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물론 스탬프 투어도 함께 했다. 참고로 나는 체험형 경품이벤트는 꼭 하는 편이다. 손해 볼 건 없으니까 말이다. 수국도 한창 이쁘게 핀 시기라 수국 앞에서도 찰칵, 아침 미소목장의 시그니처 포토존인 곤포사일리지(농촌에서 흔히 보이는 대형 마시멜로우 같은 모양, 볏짚이나 목초를 압축해 둥글게 만든 뒤 비밀로 밀봉한 덩어리)에서 사진도 남겼다. 정말 하늘이 너무 맑아서 건질 수 있던 인생샷이었다. 정말 많은 사진을 남기고 유라가 말했다. 이 정도면 됐다. 가자.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우리의 인생샷 데이는 끝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많이 등장한 요즘 뜨는 제주 해변 중 하나인 세기알 해변으로 향한 거다. 집으로 가려던 길에 귀여운 돌쟁이 녀석 둘 모두 잠든 거다. 잠을 더 재우기도 해야 했고 뭔가 제주바다를 더 보고 싶다 하는 마음에 바다로 향했고 그렇게 만난 세기알 해변은 왜 성지인지알것 같았다. 작은 해변이 주는 소박함, 한가한 느낌 저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 마지막으로 여기 한국 맞아? 할 바닷물 색까지. 구경만 하고 오려했는데 낮잠을 자던 녀석들이 다 일어났다. 그래 그럼 우리 바다에 발이나 담그자 하고 주섬주섬 아이들을 챙겼다. 매일 바다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차에 상비 옷을 챙겨두었는데 긴바지를 입고 온 효린이에게 갈아입히고 바다에 퐁당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세기알 해변은 특이한 구조였는데 해변이 있고 바다로 좀 더 들어가면 모래섬이 크게 있었다. 그래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 있는 거다. 물때를 잘 맞춰서 가면 만날 수 있을 장소였는데 우리가 그 물 때를 잘 맞춘 거다. 오후 4~5 사이에 방문했었는데 이곳에서 엄청난 인생샷을 찍은 거다.



유라덕에 말이다. 나의 롱 원피스가 바다와 너무 잘 어울렸다. 목장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한 나의 원피스와 아이들의 복장, 제주바다 그리고 맑은 하늘이 제대로 어우러져 카카오톡 프사감의 사진이 된 거다. 사진의 배경에 풍력발전기가 보이고 맑은 바다가 누가 봐도 이 친구들 제주도 갔구나 할 정도의 사진이 완성된 거다. 유라도 사진을 찍고 야 이거 진짜 인생샷이다. 하며 보여주는데 제주도에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겠다 할 정도의 사진이었던 거다.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날씨의 기적이 불러온 증거였던 거다. 이날 내가 옷을 챙겨 입지 않았더라면, 이날 아이 들지 낮잠을 자지 않았더라면, 인스타 알고리즘에 핫한 해변이라고 세기알 해변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인생샷을 건지지 못했겠지. 지금도 유라랑 이야기한다. 이날 정말 우리 인생샷 찍으라고 제주 온 거 티 내라고 하늘이 도와준 거 같다고 이날 찍은 사진은 하나같이 다 인생샷이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와 우리 가족을 이쁘게 담아주고 싶었던 유라의 마음이 담긴 사진이라고 말이다. 다시 한번 유라에게 말하고 싶다. 유라야 인생샷 찍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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