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육아는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을 결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할수록 훨씬 견고해지고 즐거워진다. 구조대 2팀으로 만난 유라언니와 나은이가 여러 모로 감사한 존재다. 유라 언니와의 만남은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이다. 유라의 결혼식 날과 이번이 두 번째로 보는 거다. 유라를 통해서 서로의 소식은 듣고 있던 터라 내적 친분은 쌓인 상태였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니 또래 여아를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대화거리가 풍성해졌다. 인생에 가치관이 맞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즐겁나도 한다. 여기에 육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서로의 경험과 시선이 자연스럽게 보완이 되면서 위로와 힘 그리고 정보까지 공유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유라와의 육아관에서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동년생의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호진이는 둘째였다. 그래서 먹는 것에 대해서 나는 좀 관대한 편이었고 유라는 아무래도 첫째에 여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먹는 것 입는 것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신경을 쓰는 듯했다. 작은 과자를 하나 먹일 때도 옆에 있는 서아의 눈치를 보면서 먹여야 했다.
"유라야 이거 지금 호진이 줘도 될까?"라고 얘기를 하면서 줬었다. 아무래도 호진이가 먹고 있으면 서아도 먹고 싶어 지니까.
유라와 나의 육아 공통점은 여자아이를 키운다는 것, 성별이 다른 또래 아이를 키운다는 것뿐이었다. 성별이 다른 동년생을 키우다 보니 공감대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요즘 트렌드 육아 밝은 유라와 그냥저냥 5년 전 기억에 의존해 육아를 하던 나는 유라에게 최신 육아 정보를 많이 얻었다. 또래 여자 아이를 키우지 않다 보니 발생하는 차이가 조금씩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했다. 그래서인지 유라 언니의 방문이 아주 반가웠을 수밖에 없었다. 또래 여자아이를 키우고 거주지역이 비슷했고 그 시기에 아이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육아맘의 방문이니까 말이다.
유라 언니와 육아 결이 맞다고 생각되는 것이 많았다.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이는 언니는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아이들에게 풀어내는 방식과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관 그리고 체험과 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나와 놀라울 만큼 많이 닮아 있었다.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며 숲, 바다 그리고 미술관까지 갈 수 있었던 힘은 언니의 가치관이 나와 맞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시야도 아주 넓어졌다. 언니는 나에게 '네가 육아 선배지. 나보다 1년 더 아이를 빨리 낳았고, 애도 둘이잖아'라고 했지만 나는 나보다 인생을 더 살았고 숲 해설가 활동을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며 경험한 것들이 언니의 육아관에 깃들어져 있다는 걸 느꼈다. 그 속에서 나오는 육아 신념은 나의 육아가치관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 거다.
2박 3일이 일정이었기 때문에 2일 차에 본격적인 제주를 누렸다. 언니는 키즈 친화적인 카페를 검색해 왔고 그곳에서 식사와 카페 모두 한큐에 해결할 수 있었다. 자연 친화적인 놀이터와 모래놀이,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요소가 갖춰진 곳이라 오랜 시간 머물러도 힘들지 않았던 공간이었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러 가야 하는데 숲 해설가인 언니는 비자림으로 가자고 했다. 나도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라 가는 것이 대환영이었다. 제주에서 내가 방문하고 싶었던 리스트에 한 곳이었는데 유라랑 단둘이 가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선뜻 가자는 얘기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니를 통해서 가고 싶었던 곳을 가게 되니 유라에게도 덜 미안했다. 왜냐 유라 언니가 가자고 했으니 말이다. 숲 해설가인 언니는 숲에서 아이들에게 곤충에 대한 설명과 나무들 각종 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자연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더불어 효린이를 맡아서 봐주셨기 때문에 나와 유라는 각각의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라와의 육아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유모차를 가지고 비자림을 산책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그러면서 유라를 더 챙기게 되고 내 아이도 더 챙기게 되고 우리는 점점 더 제주살이를 하며 가까워지고 있던 거다. 특히 육아 가치관에 대해서는 유라와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언니와의 대화를 나눈 걸 들으며 유라도 나의 육아 가치관을 존중해 준다고 했다. 자연 속의 활동을 중시하던 나였기에 숲 체험 이후에 바다에 가자고 한 것을 흔쾌히 수락했다. 하루에 세 가지의 코스를 가는 강행군이었지만 우리는 이동했다. 여름 제주에서 바다는 빼놓을 수 없으니까. 숙소에서 최대한 가까운 바다로 향했다.
함덕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에서 해양생물을 잡으며 노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유라 언니가 효린이와 나은이를 케어해 주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던 게 돌쟁이었던 호진이는 아직 구강기가 끝나지 않아 모든 것이 입에 들어가는 시기였다. 모래놀이를 하다 손에 묻은 모래를 입에 넣기 시작했기에 내가 호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때 알았다. 구강기의 아이를 데리고 해변가에 가면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이날 이후부터 우리는 차에 2L짜리 생수를 3병씩 넣어 다녔다. 물티슈나 손수건 등으로 모래는 씻어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언니는 아이들과 작은 꽃게와 소라를 잡아왔다. 두 공주님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집에 가서 키워야 된다고 했다. 주섬주섬 아이들은 잡은 생물을 통에 답았고 먹을 해초류까지 담았다. 소중하게 차에 채집통을 안고 탔다.
이튿날 자연 속에서 함께 있다면 마지막 날은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은 전이수 갤러리였는데 이 전희수라는 친구는 SBS 영재발굴단에 나왔던 이유가 미술 영재로 어린 나이지만 깨어있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던 아이이다. 영재 발굴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가 전이수였고 이 친구의 책의 문장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많이 주었다. 그 친구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라니.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언니 덕에 안 거다. 그림을 좋아하는 효린이와 나에게 영감을 주었던 그 친구의 그림을 보러 간다는 생각에 완전 행운이다 했다.
나한테도 그림을 좋아하는 효린이에게도 정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서도 효린이와 나은이는 이틀 전에 처음 본 사이가 맞는가 하는 정도로 꽁냥꽁냥 친하게 지냈다. 언니는 동생들에게 많은 것을 베푸셨다. 외식할 때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하셨다. 그래서 나도 너무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니보다 어린 내가 나은이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 실례일 것 같았고 밥은 내가 산다고 말한 언니에게 내가 사겠다고 나서기도 애매했었다. 전희수 갤러리의 굿즈 샵에서 나은이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다. 나은이에게 원하는 선물을 고르라고 했고 내가 결제를 했다. 이렇게나마 나에게 육아의 힘을 실어준 언니에게 보답을 한 것이다.
나는 언니와의 대화 속에 나는 제주 한 달 살이를 해낼 에너지를 바꿨다. 기존에 충전 용량이 100이었다면 언니와의 대화, 또래 친구와의 활동에서 효린이가 제주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충전용량을 200으로 늘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결이 닮아 있었기에 육아 동지로써 언니의 응원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확신한다. 육아에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은 결이 맞는 동지를 만난다는 것이다. 그 만남이 나를 지치게 않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유라와도 제주살이 초반에 육아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제주 살이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