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터치된 구조대 2팀

언니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다씽

2박 3일의 구조활동을 마치고 유라 부모님, 유라 남편과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구조대 팀이 떠나는 차를 배웅하는데 안 갔으면... 싶은 거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체감되면서 엄마 혼자는 절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을 다시금 체감했다. 멀어지는 차를 보며 '돌아와~'를 외치고 싶었지만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또 다른 구조대가 나타났다. 이번엔 유라 언니와 유라의 조카 나은이었다. 구조대 1팀의 방문도 물론 좋았지만 유라 언니와 나은이의 방문이 기다려졌다. 아이 들와의 제주 한 달에서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효린이 또래 친구의 부재였다. 잘 놀다가 엄마와 함께 놀자고 졸라대는 효린이를 보며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어린 동생을 케어하거나 집안일, 일정 체크 등을 하는 통에 효린이가 혼자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던 거다. 평소 남을 배려하고 눈치가 빠른 효린이는 나의 상태를 항상 살폈다. 그만큼 섬세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놀자고 하는 건 정말 심심하거나 엄마의 사랑이 고팠던 걸 테지. 그걸 알지만 엄마는 하나 아이는 둘. 거기에 아직 세상에 나온 지 1년밖에 안된 모유수유 막바지에 있는 동생과 비교했을 때 엄마의 손이 덜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걸 효린이는 알고 있었지만 내심 서운 했을 터. 그래서 많이 미안했고 그래서 더 고마웠다. 그런 효린이에게 또래 친구가 온다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 구조대 1팀이 가고 바로 온 것은 아니다. 배웅하고 우리 셋은 숙소에 남겨졌다. 구조대 1팀과 유라, 서아만 함께 따라나선 거다. 구조대 1팀, 2팀 그리고 유라와 서아가 가족 완전체가 제주도를 잠시 함께 즐기다가 남겨지는 구조대와 떠나는 구조대로 바통터치 계획을 세웠던 거다. 그렇게 우리 셋은 숙소에 남아 청소도 하고 마당에서 곤충채집도 하며 숙소 주변을 탐색했다. 출출하기에 냉장고를 살펴보니 큰일이다. 먹을 게 없다. 구조대 2팀도 온다고 했는데! 하는 생각에 장을 보기로 했다. 첫날 공항에서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보니 엄청 큰 하나로마트가 신규 오픈한다고 만국기 달고 행사하던 곳이 생각났다.



신상은 못 참지! 아이 둘을 데리고 신규 오픈한 하나로마트로 향했다. 새로 지어진 건물에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고 효린이가 너무 좋아했다. 이유는 다이소가 있었다. 장을 보러 왔는데 다이소를 가자며 안달이다. 그래 우선 다이소를 가자 했다. 생활하면서 잔잔하게 아쉬운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유라와 항상 이야기하던 게 '다이소가서 하나 사지 뭐'였다. 그때 말했던 리스트들이 생각이 안 나서 유라에게 톡을 남긴다 '나 지금 다이소 왔는데 사기로 했던 게 뭐지?' 줄줄줄 톡이 온다. 화장실 청소도구, 반찬통, 양치컵, 감자칼, 요리주걱 등 있으면 생활하는데 수월한 아이템, 그렇다고 집에서 챙겨 오긴 애매한 아이템들. 효린이는 장난감 코너에서 서성이며 1살 어린 여동생의 방문을 축하할 아이템을 고른다.

살짝 유라를 통해들은 나은이의 성향은 초반에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한없이 상냥한 차분하면서도 밝은 아이라고 했다. 효린이에게 나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니 비즈 만들기를 같이하면 좋을 것 같다며 비즈팔찌 만들기 세트를 2개 집어 들었다. 이제 신선코너 쪽으로 가서 식량을 구매한다. 구조대 2팀을 위한 제주 흑돼지, 각종 과일과 채소 구매했다.


깔끔하게 잘 갖춰진 마트에서 장을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효린이는 내내 동생이름은 뭐야? 언제 온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며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구조대 1팀이 왔을 때는 유라 아버님이 잘 돌봐주셨지만 아무래도 또래가 아니다 보니 조금 아쉬웠었나 보다.


드디어 두 친구의 만남이 이뤄졌다. 나도 유라 언니는 유라의 결혼식이나 집에 놀러 갔을 때 한 번씩 봤던 터라 이렇게 오랜 기간 함께 하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도 내적 친분은 상당했다. 유라를 통해서 언니의 이야기를 들었고 또래 여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어색함을 금방 없앨 수 있었다. 특히 육아관이 나와 비슷해서 더욱 잘 통했고 각종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언니가 짐을 풀고 정리하는 동안 나은이는 어디로 사라지고 안 보인다. 처음 보는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효린이와 나은이는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유라가 머무는 방에는 큰 창문이 있었는데 두 아이는 창 밖에서 입김을 불어 하트를 그리며 놀고 있었다.

이 와중에 효린이는 언니라고 먼저 시범을 보였고 놀이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은이도 그게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놀이의 결이 맞았던 거다. 까르르 웃고 각자 그린 그림을 칭찬하고 노는 모습을 보며 또래의 힘을 실감했다. 구조대의 천 만찬을 흑돼지 구이로 준비했다. 숙소 주인분이 마당에 있는 텃밭에 채소들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아이들과 텃밭에서 상추, 깻잎 수확 체험까지 할 수 있었다. 효린이와 나은이는 모든 순간을 즐겼다. 숲해설가인 유라언니와 비자림 숲길을 걸으며 숲 이야기를 들었고 함덕해수욕장에서 아이들과 바다 생물 잡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졌다. 내가 원했던 아이와 함께 하는 제주에서의 삶을 유라언니와 나은이 덕에 실현할 수 있었다.


구조대 2팀의 등장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아 제주살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연결고리였다. 또래 친구의 힘 그리고 따듯한 언니의 보살핌 덕분에 '제주 한달살이 힘들다. 괜히 한 거 같다.' 생각이 싹을 틔우려 할 때쯤 사라진 거다. 여행 초반 또래 친구의 방문이 '아, 이래서 우리가 여기온 거지'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구조대 2팀은 제주 한 달 살이의 정착에 큰 도움을 주었다. 한 달 살이가 단순한 생존기가 될 뻔했지만 서로의 삶을 배우고 나누는 성장기가 되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더욱 확신했다.



"나 제주도 한달살이 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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