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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와 가짜인 나

by 보보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가짜인 나로 살아간다.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하지?

내가 왜 이런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거지?

이 사람은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물음표 끝에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들었다.

그래,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진짜의 나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좋은 걸까’


좋아하는 만화 에세이 작가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에서 나온 문장이다. 몇 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여전히 현시대의 젊은 이들의 마음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내가 원하는 직업이 아니고 원하던 일이 아니니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왜 그런 걸까?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를 둘로 가르는 것 말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나’라고 정의하고 그 외의 모습은 가짜 취급하다니 씁쓸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괜스레 미안해진다.


나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인정해줬어야 하는데

끌어안고 토닥여줬어야 하는데

따뜻한 커피와 담요를 덮어줬어야 하는데


학교와 회사에서의 나를 부정하고 싶은 건 그 모습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거나 스스로 못 견디게 못나 보이고 별로였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깨지고 동료들 사이에 섞이기 위하여 평소와는 다른 나를 끄집어내 애쓰는 모습은 어릴 적 그리던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간극에, 초라함에 눈을 감았다.


그런데 다시 눈을 뜨고 보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마주한 가짜인 나를 지켜보니 한결같이 늘 열심이었다.

그럼 인정해 줘도 되지 않나? 저 열심인 나도 그냥 나라고. 허우적거리는 듯 보이는 저 손짓 발짓이 그저 생존에 가까운 것이라도 그것만으로 괜찮지 않을까.


고개를 돌리니 나와 같은 이들이 보였다.

살기 위한 발버둥이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아 우리 부모님의 뒷모습이었다.

새벽어둠을 짊어지고 문을 나서던 뒷모습.


가짜라고 생각했던 모습은 그저 또 다른 나의 모습일 뿐이다.

여러 개의 '나'가 합쳐져 내가 된다.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퇴근 후 읽던 책을 내려두고 쓴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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