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그거 어떻게 모으는 건데?

by 오흔

'청약통장 해지해주세요.'


26살의 겨울, 취업 준비생으로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 온 대학교 동창이 바람을 쐬러 가자며 부산 여행을 제안했다. 매일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하루에도 자기소개서를 몇 번이고 고쳐 쓰고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퍽퍽한 삶에서 여행이라는 찰나의 탈출구 제안에 나는 솔깃하여 제안을 수락했다. 문제는 내가 돈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1박 2일, 교통비부터 먹고 자는 것까지 해결하려면 족히 20만 원 정도는 필요해 보였는데 당시에는 정말 돈이 없었다.

car-6603726_1280.jpg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바로 청약 통장을 해지하는 것이었다. 취업준비생이 되면서 잠시 청약 통장을 중단했었는데 그 당시 무려 7년짜리 묵혀둔 청약 통장이었고, 금액은 100만 원 남짓이었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만들기는 했지만, 중단하고 납입하고를 반복하며 기간만 묵혀둔 통장이었다. 26살 취업 준비생이 청약 통장의 힘을 알리는 만무 했다. 심지어 청약통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방법도 잘 몰랐다.


'이거 지금 해지하면 정말 많이 아까 울 거예요.

저도 지금 30살인데 이제 겨우 청약통장으로 아파트 하나 마련했거든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은행원은 청약 통장을 해지하는 나를 조심스럽게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내 뜻대로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심지어 그 은행원의 말이 내 귀에 들어 올리도 만무했지만 '지금 이게 나한테는 필요하지 않은데, 해지를 왜 하지 말라는 거야?'라는 반항이 가득했다.


결국, 청약통장을 해지한 돈으로 나는 부산으로 떠났다. 1박 2일의 부산 여행은 내 취업 준비생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는 않았다.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냥 왔다가 스쳐가는 정말 여행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심지어 여자 둘이서 부산 여행을 뚜벅이로 다니면서 거의 반나절을 숙소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만 마셨다. 청약통장이 가진 힘은 잘 몰랐지만, 으레 청약통장이 없으면 무언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 같아 다음 해 작은 법인회사에 취업을 하면서 나는 다시 청약통장을 만들었다. ( 지금은 잘 유지하고 있고, 집을 매매할 때 예금담보대출로도 요기 나게 활용했다 )


crisis-5238322_1280.jpg



나는 정말 [돈] 에 정말 잼병이었다. 버는 일도 모으는 일도 소비하는 일도.


취업을 했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소득이 안정적이고 증가할수록 그에 발맞추어 내 씀씀이는 커졌다. 할부를 요기 나게 쓰고, 리볼빙을 돌리고, 월급은 로그인과 동시에 로그아웃이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명품 가방, 명품 옷을 사는 것도 아니며 항상 의류 쇼핑몰에서 3만원짜리, 5만원짜리 가방도 신발도 모두 내 수중에 있는 아이템들이 10만원을 넘어가지 않았는데도 내 통장잔고는 항상 '바닥'이었다.


언제가 한 번 마음을 잡고 돈 공부를 해보려고 재테크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실천법이 참으로 이상적이었다.


woman-7780330_1280.png


자취하지 말기, 월급에 80% 저축하기, 생활비 먼저 빼놓고 그 안에서 생활하기, 가계부 쓰기, 도시락 싸가져 다니기 등등이었다. 전문가들의 말을 따라만해도 돈은 모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상황에 맞지 않았다.


주 5일 중에 야근만 3번이 넘어가는 나로서는 서울-인천 왕복 2시간 출퇴근을 1년 반 정도 다니다가 결국 회사와 가까운 구옥 빌라로 월세집을 얻었다. 심지어 9호선 출퇴근은 그야말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정말 매일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 I hate people ' 이 육성으로 터져나온다. 도시락을 싸가져가자니 어르신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회사 이슈들이 모두 식사와 술자리에서 이루어지다보니 회사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더 발을 맞추려면 점심 식사는 함께해야했다. 심지어 직장인이 되고서 데이트를 하게 되면 학생때와 달리 한 끼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식사를 하는 때도 있고, 기념일 선물의 규모와 이벤트도 달라지니 돈이 들어서 연애를 포기하는 20대 30대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도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을 찾아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으레 전문가들이 말하는 부를 축적하는 그 교과서적인 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저러한 각자의 상황은 결국 그 모든 것을 해내기에는 당장에 무리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 그 상황에 맞는 돈 공부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은 낙오자, 무기력한 사람, 포기가 빠른 사람으로 만들어서 평생 부자가 될 수 없을거란 낙인을 찍는 뼈 때리는 조언을 듣다가 나는 나만의 돈 모으기 방식을 찾기로 했다.












keyword
이전 02화나는 엄마에게 효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