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제발 꼭 좀 해봤으면
성인이 되고 나서 친해진 언니가 있다. 블로그에선 이 언니를 '글감 언니'라고 부른다. 만날 때마다 글감이 생겨서 글감 언니라는 애칭을 붙여주게 됐다. 지난주에 만났을 때 언니랑 무슨 얘길 하다
너 블로그 시작하고 진짜 밝아진 것 같아.
보기 좋아.
라는 말을 하더라.
사실 그게 맞다. 내가 우울했던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블로그 글쓰기'였다. 글을 쓴다고 봐주는 사람도, 읽어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사용했었다. (최대 조회수 한자리 었음. 많아야 두 자리.) 그렇게 시작했던 블로그가 지금은 하루 평균 300명 이상이 들어오는 블로그가 되었고, 종종 나를 대형 블로거로 알고 계시는 이웃님들도 생겼다. (전혀 대형블로거는 아니다.)
블로그 글쓰기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난 딱 하나를 꼽고 싶다. 난 블로그를 통해서 자기 계발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 이전까지의 자기 계발은 뼈대 없이 허울뿐인 자기 계발이었다면, 블로그를 통해 기초 공사부터 튼튼하게 다지기 시작했다. 내 멘탈도 함께. 그리고 이 변화는 놀랍게도 블로그 이웃님들이 제일 먼저 알아봐 주셨다. 올해 초에 비해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블로그에 글을 쓰면 내가 얼마큼 성장하고 있는지가 글로 보인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썼던 글도 다시 읽으려니 너무 부끄럽고, 내가 저런 생각을 했다고? 하는 부끄러움이 뇌를 휘감는다. (그렇게 비공개로 들어가는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일 글을 쓰려니 인풋이 부족해서 책을 냅다 읽게 되었고, 4달 동안 읽은 책이 60권을 향해가고 있다. 책을 읽다 보니 내 취향이라는 게 생겼고, 책을 읽는 분야가 확장되고 있음이 보이더라. 자기 계발만 읽던 내가 자기 계발에 질려 심리학, 인문학, 글쓰기, 마케팅 관련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내가 이런 분야의 책에 관심이 있는지 여태 몰랐다.
4월에 다운로드하였던 X에 적응하지 못해서 빠르게 삭제하고 6월에 다시 깔았다. 무슨 바람이었을까? 블로그처럼 내 방식대로 꾸준히 하면, 남들보다 느려도 꼭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자감이 생겼다. X에 요즘 돈이 된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생각보다 나랑 너무 잘 맞는 플랫폼이라 수다쟁이가 되어버린 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했다.
5월 말엔 몇 년간 미뤘던 블로그 체험단도 다시 시작했다. 이것도 다 이웃님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무지성으로 넣었다가 6월 둘째 주까지 체험단으로 맛집, 공방 체험 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모든 일이 블로그를 시작했기 때문에 내 인생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었다.
늘 미루고, 언젠가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내 못된 습관을 블로그에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쳐나갔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키웠다. 남들만큼 하면서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그 이상을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서 '뭐'라도 해야겠더라.
내 주변엔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블로그와 X에 다 모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주변 지인들에게 티 내면 시기, 질투를 받을 수 있으니까 온라인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자신의 본캐를 숨기고 말이다. 거기엔 독서와 글쓰기를 쉬지 않고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에 비해 나 자신은 너무 작고, 초라한 존재가 된다. 나는 또 그게 싫지 않다. 내가 그들처럼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나도 그들의 자리에 앉게 될 테고, 그럼 미래의 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할 테니까.
어쩌면 지금도 이미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숨어서 부러워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