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꿈 많은 30대다.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들었던 말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커서 뭐 될래?
꿈이 뭐야?
이제와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의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도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어린 시절의 나는 어른이 되면 내가 '뭐'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도 뭐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길래 이미 어른들은 다 '뭐'가 되어있는 줄로 믿었다. 아무도 나이가 먹는다고 '어른'은 아님을,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뭐'가 되지 않을 수 있음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부모님은 으레 자식들이 더 잘 되길 원하고, 본인들처럼 고생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 보다 편한 길을 갔으면 좋겠고, 적어도 본인들보다 더 성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우리 부모님은 그랬다. 어릴 때부터 항상 하지 말라는 게 많았다. 글을 쓰고 있으면 80만 원 인생이 되고 싶냐며 글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으니 취미로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가사 뜻은 제대로 알고 부르는 거냐고 노래로는 먹고살 수 없다고 하셨다. 공부는 적당히 했지만,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난 일찍부터 내가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걸 알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영상편집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아빠는 집안의 장녀가 절대 실업계를 가선 안된다며 반대하셨고, 결국 인문계에 진학했다. 그리고 결국 이도저도 아닌 중간. 너무 튀지도 않고, 공부를 아예 놓지도 않은 어중간한 성적. 항상 1,2등급을 받던 동생이 내 성적표를 보고 그런 성적으로도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도 동생도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속 편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철없는 30대일 뿐이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흥미가 생기는 일에 도전해 보고, 질리면 포기하고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서는 방랑자. 내가 본 30대의 내 모습은 딱 그 정도다.
더 나은 삶을 꿈꾸던 날들도 많았지만, 그마저도 사실 잘 모르겠다. 30년 넘게 이런 어중간한 삶을 살아왔는데 내 인생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뀔 거라는 기대도 갖고 싶지 않다. 어중간한 삶을 살아오는 동안 너무 많은 실망을 했고, 겪지 않아도 될 경험도 적지 않게 해 봤다. 내 꿈은 그냥 내 주변 사람 그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조용히 가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 부모님을 책임질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거창한 꿈을 꾸는 것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아니지만 이마저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더니. 내 꿈이 평범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삶 자체를 포기하진 않았으니 '뭐'라도 하다 보면 언젠가, 죽기 전엔 '뭐'가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실낱 같은 희망으로 살아내 보려고 한다.
미래는 알 수 없어도, 현재의 내가 살고 있는 하루가 꽤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