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갈림길에서 늘 고민을 반복한다
지난 화요일, 우연한 기회가 생겨 곧 책 출간을 앞둔 작가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작가님은 나에게 “그래서 그다음은 계획은요?”라고 물었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이루고 난 그다음 계획.
내가 꿈꾸는 나의 삶은, 각국의 나라를 다니며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지내면서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즐기고 싶다는 게 전부다. 내가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당장이라도 짐을 챙겨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다음 계획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그리고 있는 미래가 곧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당연히 다음 계획이 없을 수밖에.
내가 그리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그다음이라니? 나에겐 아직 멀기만 하다. 그래도 굳이 결론을 내려보자면, 내가 다닌 각국의 나라를 나만의 색을 가득 담아 글로 적고 싶다는 것. 그땐 어떤 플랫폼에 글을 적고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나는 대학 졸업을 유예했다. 당시에도 내가 뭘로 먹고살지 정하지 못해서 돈을 모아서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안일한 생각이 날 졸업 유예를 선택하게 만들었고, 6개월의 유예 기간 끝에 부모님의 도움으로 대학원으로 바로 진학했다.
사실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 이유도 꽤나 심플했다. 유학 갔을 때 만났던 코이카 단원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2외국어 전공이니 한국어 교원 자격증까지 갖춘다면 천하무적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직업, 생각보다 더 돈이 안된다고 하더라. 나는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졸업장은 따냈지만 결국 그 전공을 살리진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이 제한이 있는 일은 아니라서 내가 꿈을 좀 더 빨리 이룬다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돈도 벌고. 완전 개이득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인 문제는 그때 가서 따지기로 하자.)
다음 주 17일이면 사이버 대학 합격자 발표가 난다. 붙길 바라는 맘과 떨어지길 바라는 맘이 공존한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졸업 유예를 하고 대학원을 간 건 도피에 가까웠다. 당장 취업하고 싶지 않아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난 취준생에서 2년간 도망쳐 있었다. 그런 것치곤 꽤나 열심히 공부해서 딜레이 없이 칼 졸업을 하긴 했지만, 전공을 살리진 않았으니 도망친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단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또 3학년 편입? 이게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선택이 맞는지, 이마저도 8년 전 대학원 입학처럼 도피하기 위해 한 선택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번엔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해 한 선택은 아니라는 거다. 단지 내가 그 분야에 흥미가 생겨서 공부해 볼까? 하는 마음에 선택하게 된 거니까. 이게 도전이 될지 회피가 될지는 졸업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부디 이번 전공은 포기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