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남들이 가지 않는 나라에 어학연수를 다녀오면서, 나는 내 세상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본가가 아닌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은 지역 안에 친구를 사귀지만, 나는 전국구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유학에서는 같은 대학의 선후배들이 아닌 타학교 선후배들과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었으니까.
유학 당시 조금 잘 산다고 소문난 타학교 선배가 한 명 있었다. 지금은 중국에서 사업을 해 더 큰 부자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 선배는 20대부터 (아마 그보다 훨씬 전이 었겠지만) 부동산을 공부하던 사람이었다. 이 지역의 임대료, 전세, 매매가는 어떻더라. 나는 타 지역을 놀러 가면 서울과 비교해 보기 위해 그 동네의 시세를 본다더라.
그 선배가 아니었다면, 생각도 못했을 방법으로 이미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초중고는 지역과 동네의 연으로, 대학은 성적으로, 직장에서는 학벌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인간관계의 폭이 줄면 줄었지 넓어지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럼 내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뜻일까?
책을 읽으면 세상이 넓어진다는데, 어떤 책들은 공감조차 하기 힘든 책들이 많았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세상이 넓어지진 않았다. 그들의 경험담이 내 경험이 될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너무 싫었다. 내 세상이 너무 좁다는 말처럼 들려서.
내 생각을 깨부숴준 건 다름 아닌 블로그 글쓰기였다. 블로그 이웃 분들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지역도, 학벌도, 지인도 아닌 아무런 인연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에 등장한 분들을 실제로 만났었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니. 활자로 보던 것보다 나에겐 더 큰 충격이었다.
내 주변에 없는 유형의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본업도 있으면서 부업도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며 동기부여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핑계를 찾으면서 본업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나와 비교되는 멋진 사람들. 나도 수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자부했지만, 내가 꿈에도 꾸지 못할 경험들을 해본 사람들. 책 속에서만 존재하던 유니콘 같은 찐 어른의 세계가 블로그에 있었다.
나는 사람들은 늘 대가가 있어야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야 그 관계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 거라고.
그런데 블로그에서 만난 분들은 전부, 내가 주지 않아도 먼저 주고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나에게 다가와주셨다. 이건 정말이지 내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이었다. 세상에 이런 어른들이 있을까? 싶었던 내 기준의 참 어른들이 블로그에 너무 많았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 그분들과 대화하는 게 더 배울 점이 많더라. 왜 좋은 사람을 곁에 둬야 하는지, 왜 내 상황을 더 극한으로 내몰아야 하는지 조금은 깨닫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현실에 수긍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내 세상은 딱 거기까지가 된다. 자기 계발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으면 10년 뒤에도 내 인생은 지금과 다를 바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제법 끔찍해졌다.
일단, 한걸음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뎌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