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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미 Aug 06. 2024

글쓰기를 계속하려는 이유

좋은 점 밖에 없어서



중학교 때 덕질하고 있던 아이돌 팬픽을 시작으로 친한 친구와 릴레이 소설을 썼었다. 당시 팬픽은 같은 그룹 멤버들로 썼었는데, 내가 활동하던 카페는 멤버들 + 여자로 구성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카페였다. (지금은 자료가 따로 남아있지 않아서 아쉽) 고등학교 때까지 쭉 팬픽을 썼는데, 해당 그룹이 와해되면서 카페도 흐지부지 되었고, 대학을 가면서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고등학교 때도 연극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당시 학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동아리였지만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었다. 꽤 유명한 언니들에게 폴더 인사를 해야 하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2년 내내 하고 다녔다. 그리고 3학년 땐 친한 친구들과 글 쓰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반년 정도 시를 썼었다. 그때 동아리 회장을 했던 친구는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갔고, 나를 제외하고 대부분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다.








어릴 때부터 글과 친해서였을까? 나는 22년에 SNS를 시작해 볼까? 하고 고민할 때 블로그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당시 인스타가 핫했지만, 나는 왠지 인스타는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었다. '나 이만큼 잘 살아.' 하고 보여주는 문화가 나랑 맞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블로그를 시작해서 저품질 블로그도 경험하고, 저품질에서 벗어나 지금의 블로그를 완성했다. 지금은 나 혼자 1년 동안 1일 1포 챌린지를 하고 있는데, 내 상황을 강제하지 않으면 글은 일상에서 멀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보는 공간에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가 보고 있으니 글을 조금이라도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성장하게 되면, 언젠가는 '오늘 글 좀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보면 과거의 글은 늘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글을 통해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늘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써 온 글들을 보면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스스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면이 꽤 단단해졌으며, 꽤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뀌었다. 글을 쓰면서 제3자의 시각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힘이 길러졌다. 그게 메타인지라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일기를 몇 년간 쓰면서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블로그에 글을 쓴 약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깨우쳤다. 그냥 냅다 내 감정만 쓰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매일 글을 쓰기 위해 글감에 대해 고민하는 그 시간들이 너무 좋다. 나와 더 친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니 글을 잘 쓰던, 못 쓰던 꼭 나와 친해지는 글쓰기를 모두 해봤으면 좋겠다. 당장 책으로 출간할 것도 아닌데, 잘 쓰려는 욕심만 내려놓으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한 줄이어도 괜찮다. 글에 진심만 담겨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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