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잠들면서 내일이 오지 않길 바라던 그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일 해주고 싶은 말이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상황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태도, 내 행동, 내 마음가짐'만 유일할게 바꿀 수 있다.
회사를 잘렸을 때는, 처음엔 황당했지만 곧 수긍했다. 전혀 내 탓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퇴사를 간절히 바라서 그런 결과를 끌어당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 내 인생은 원래 이렇게 시궁창이지.'라고 생각하고 동굴을 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거라고 생각하자, 일주일이 지나고 거짓말처럼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보이스 피싱 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건 7년이나 걸렸는데, 7일?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했던 행동은 딱 하나였다. 블로그에 글쓰기.
처음엔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치킨 값이라도 벌어보자는 취지로 블로그를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블로그 수익은 더 적었다. 정보성 콘텐츠가 난무하는 블로그 시장에서 일상과 생각을 적는 내 글이 인기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부터 애드포스트는 포기하고 나만의 기록을 쌓기 위해 블로그를 계속해보기로 생각을 바꿨다. 내가 매일, 매달 쌓아가는 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블로그든 운동이든, 뭐 하나를 꾸준히 한다는 건 꽤 어렵다.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내야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얼마큼 성장했는지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게 꼭 글쓰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단, 기록을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지면서 나는 매일 쓰던 다이어리부터 그만뒀다. 매일 죽고 싶다, 살기 싫다, 힘들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와 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는 다이어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드물게 썼던 일기에는 늘 비슷한 내용만 적혀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우울증 초기 혹은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시기 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에는 오프라인에서 보기 힘든 열정적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돈이 안돼도 매일 1일 1포, 2포, 3포. 심지어는 N포까지 하는 분들도 많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꾸준히 하라는 것과 4년 이상 하면 빛을 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떤 일을 도전했을 때 그 끝을 보지 않고 포기하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경험해보지 않고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결과가 마치 현실인 것처럼. 그 이상의 결과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포기가 빨랐다. 내가 그 길을 더 가면 왠지 실패할 것 같아서.
그때 이웃님의 글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봤었다. 미우라 켄타로의 만화 베르세르크의 명대사라고 한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없다.
나는 계속 내 인생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도망쳤던 거다. 내가 고작 이 정도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싶지 않아서. 내가 이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아무리 부정해도 그게 나 자신이었음에도 나는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이 고작 그 정도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때부터 그래, 끝까지 가보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 이대로도 하찮은 인간이라면, 끝까지 가보고 하찮은 결과를 마주할지라도 "나 끝까지 가봤어."라는 말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