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회사에서 당일해고를 당하고 나서 내가 제일 먼저 느꼈던 감정은 황당함이었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지지 않을 거란 사실을 머리로 알곤 있었지만, 현실감을 느낀 건 그날, 그 순간이 최초였다. 그걸 깨닫고 나니 회사라는 공동체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말은, 내가 일을 너무 못 했지만 믿고 데리고 있어보려고 했었다. 신뢰가 깨졌으니 같이 가긴 어려울 것 같다며 다시 사람을 뽑아야 하는 본인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아직 내가 만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내가 쓰던 방식과 비슷하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나온 인생에 조금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콜센터를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전액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현실에 치여 급하게 재취업을 했는데 결국 1년 반이 지나 또 그만두고 다른 직종을 찾아 나섰다. 조금 더 빨리 내 인생의 방향을 틀었었다면 어땠을까. 가장 오랜 기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그때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인생은 늘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건 사고는 내 인생에 늘 존재한다. 내가 원인이 되는 일들도,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들도 나는 대처할 틈도 없이 무방비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재미있는 게 인생이라고 했던가? 뭐, 그렇다고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지난날의 내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 당시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으니까.
삶은 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지만, 결과는 내가 전혀 예측하지 방법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내가 제일 원하지 않던 결과가 나를 맞이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열심히 산다고 해서 과연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늘 따라온다. 삶을 사는 동안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순간이 몇 번이나 되더라. 아마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은 것 같은데.
중요한 건, 부정적인 생각만 하며 살기에 인생은 너무나 길고,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아직 오전 10시일 뿐이니 남아있는 시간들 동안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 또 모르는 일이지.
나는 아직도 내가 뭘 해야 할지, 내가 어떤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시간은 한정적이라 다시 사회로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회사로 돌아가는 순간 나는 또 끊임없이 퇴사의 순간에 대해 고민하겠지만, 이번엔 비록 부디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