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좋은 기회로 김미경 강사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하셨던 말씀 중 하나인데, 우리가 앞으로 100세까지 살게 될 텐데 0세부터 100세까지를 하루 24시간으로 본다면 마흔은 오전 11시다. 늦었다고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람들은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이부자리를 펴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30대 초반인 내 나이는 이제 막 10시를 넘겼다.
김미경 강사님의 강연 들으면 종종 현재 나이에서 -17살이 우리의 나이라고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렇게 계산해 보니 내 나이는 아직 십 대더라. 아직 꿈을 향한 방황을 해도 되는 나이라는 뜻이었다. 20세에서 60살에 잘 살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왜 60세에서 100살까지는 고민하지 않느냐고 고 물으셨다. 강연을 들으며 생각해 보니 나는 내 60세 이후의 삶에 대해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너무 먼 나이라기 보단, 당장의 40세가 될 내 미래도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의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는 동안 나는 백수가 되었다. 아마 하반기에는 사이버 대학의 학사 편입을 준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좋아하는 걸 보니 난 아마 좀 많이 독특한 사람인 것 같다. 앞으로 뭘 해 먹고살아야겠다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냥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을 때 마음껏 배워보고 싶고. 그걸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면, 또 나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있다.
이런 내가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게 보편적인 사회 규정에 따른 것인지, 나 스스로 자기 검열을 통해 내린 결론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은데, 이번엔 확실히 보편적인 사회 나이에 어긋났기 때문에 느끼는 괴리감이라고 확신한다. '이 나이에는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다니. 그럼에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살고 싶지 않은 나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런 고민은 10대에, 20대에 다 끝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나도 서른이 넘는 나이까지 이런 고민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애초에 20대 때 고민이 다 끝날 줄 알았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는 나도 내가 먹고살 길 하나쯤은 단단하게 마련해 뒀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뭐 어때, 아직 오전 10시인데. 오후 12시가 넘으면 내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내 선택들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지금 알 수 없으니까.
그러니 이런 나라도, 나라는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믿어줘야겠다.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방법으로 잘하고 있다고.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