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
우리는 살면서 자주 나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산다. 20대까지는 부모님에 의한, 부모님을 위한 삶을 살고. 취업 후 혹은 결혼 후에는 배우자 혹은 아이를 위한 삶을 살게 된다. 가장 나다운 모습, 나를 위한 삶에 대한 고민을 살면서 과연 몇이나 하면서 살까.
사람들에게 "네 취향은 뭐야?"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남을 들여다보는 삶을 살았고, 눈치 보는 게 더 익숙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최근에 블로그 이웃님의 글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읽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우울함을 느꼈던 것 같다는. 이웃분은 20대였는데, 그때 그런 댓글을 남겼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건 어쩌면, 사회(혹은 타인)가 만든 기준에 나를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뭐'가 됐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만족하는 딸? 회사에서 인정하는 직장인? 남 부럽지 않게 성공한 삶? 그렇다면 성공의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이마저도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이 보는 나의 삶에 맞추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부터 나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게 왜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20대 때에는 나는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남보다 열심히 살았으니까 난 분명 10년 뒤에 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꿈꿨던 30대는 분명 이런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꿈꿨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분명 그 '나'를 위해 쏟았던 시간들이 모조리 부질 없어지는 날들이 더 많아졌다. 내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내가 아무것도 아닌 기분.
20대에도 30대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 어쩌면 40대에도, 50대에도, 60대에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되지 않을까? 10년 뒤에 내가 지금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길 바란다. 내가 '나'를 위해 쏟은 10년이라는 시간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40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를 위한 일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는 절대 나를 위한 삶을 살 수 없다. 타인에게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면, 오늘부터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하루 10분 이상 가져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생각보다 내가 하고 있던 일은 그런 나와 너무 동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지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사회가 규정하는, 타인이 규정하는 '내'가 아닌 내가 보는 '나'. 과연 나는 '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걸까? 이제야 그런 고민을 하는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대로 살기 위해 내 다음 단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회는 우리에게 이런 부분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에게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답게 사는 게 제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