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레용의 꿈과 후회

버려진 크레용이 다시 빛나는 방법

by 소소연

SDGs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환경이다.

환경이면 보통 재활용, 새활용,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등의 단어들이 함께 한다.

그중 좀 더 귀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리크레용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 바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흔히 사용되는 ‘리크레용(Re-crayon) ’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붙여서 사용하기로 정했다.

버려진 크레용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창작과 환경 혁신의 경험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상 서랍 속에서 굴러다니는 크레용, 단체 행사 후 남아 제각각 부러진 채 방치된 크레파스. 늘 "언젠가 쓰겠지" 하면서도 다시는 손이 가지 않는 그 자투리들. 우리는 흔히 그것을 쓰레기라 부르고, 쉽게 버려왔다. 하지만 그 작은 조각들 안에도 색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우리는 전체 부서에 안내문을 보내어, 쓰이지 않는 크레파스를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 달 동안 진행된 수집기간에는, 놀랍게도 직원들 가정에서 새 거뿐만 아니라, 수십 년(?)된 크레파스들까지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떤 것은 새것처럼 남아 있었고, 어떤 것은 부러지고 닳아 본래의 형태를 잃고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우리가 버리는 것은 기능이 다한 물건이 아니라, 더 이상 쓸 의지가 없는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수집된 크레파스는 색깔별로 정성스레 분류했다. 너무 새거 인 것은 그대로 두고, 빨강은 빨강끼리, 파랑은 파랑끼리. 부러지고 작아진 조각들을 모아 높은 열로 녹이고, 틀에 부어 다시 굳히자 전혀 다른 모습의 새로운 크레용이 탄생했다.

체험하는 사람들이 맘에 드는 것으로 여러 다른 색을 섞어 만든 마블링 크레용도 멋졌다.


새것은 그대로 쓰고, 낡은 것은 다시 살려 쓰는 것.

그렇게 재활용 방법도 좀 더 생각해 줘야 하는 것이다.


한편 리크레용을 만드는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뽀양이" 캐릭터 회사와 MOU를 맺고, 환경 교육용 색칠공부 용 아이템을 개발했다. 아이들이 단순히 크레용을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색칠을 통해 환경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귀여운 그림 위에 귀여운 리크레용을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대해서 알려주는 방법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친환경 종이에, 그려진 그림들을 참가자들이 직접 리크레용으로 색칠해 보고, 각자 하나씩 선물처럼 받아갔다. 참가자들은 재활용을 말이 아닌 손끝의 경험으로 이해했다.


행사가 끝나고 남은 건 통계였다.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와서 숫자를 카운트하지 못할 정도로 몇 명이 참여했는지 모를 정도였는데, 기념품으로 준비한 150개의 리크레용이 다 나간 것만 기준으로 했을 정도다. 그러나 보고서에 적히지 않는 가장 중요한 기록은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리크레용에 낯설어하던 사람들이 손에 쥔 리크레용으로 색칠을 시작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것은 숫자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성취였다. 사회혁신의 성과는 언제나 표정과 마음속에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배웠다.


‘리크레용’은 분명 성공적인 시도였다. 동시에 아쉬움도 남았다. 더 많은 학교나 어린이집, 기관에 연결했더라면, 더 다양한 디자인과 색으로 확장됐을 건데 하는 후회였다.

후회는 곧 다음 도전의 씨앗이 된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빛났던 그 크레용이 나에게도 또 다른 과제를 남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쓰지 않고 버리고 있는가?”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리크레용의 꿈은 이어질 것이다.


리크레용은 단순히 낡은 크레용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니었다. 버려진 것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시 삶과 교육 속으로 되돌려 놓는 혁신의 실험이었다.


아이들이 손에 쥔 작은 크레용 하나가 결국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빛날 수 있다.”

사실 나에게 주는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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