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서 시작된 변화, 캠퍼스를 움직이다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우수단체상 수상 이야기

by 소소연

2024년 12월, 우리는 경기도가 주관한 ‘자원순환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우수단체로 선정되었다. 이 상은 단순히 한 해의 실적을 평가한 결과가 아니라, 작은 캠페인이 지역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우리의 활동은 거창하지 않았다. 시작은 주변에서 흔히 버려지던 이면지와 페이퍼 타월이었다. 수많은 강의실, 사무실, 복도와 화장실에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종이들. 누구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 일상의 풍경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페이퍼 버스터즈(Paper Busters)’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단순했다. 종이를 ‘소모품’이 아니라 ‘순환 가능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었다. 참여자들은 곳곳에 모니터링 지점을 세워 종이 사용 실태를 조사했고, 구성원들에게 이면지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수집했으며, 불필요한 페이퍼 타월 사용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작은 행동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활동이 단지 절약 차원에서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좋은공동체라는 단체와 함께 작은 구역을 하나의 ‘자원순환 마을’로 보고, 이 안에서 실험된 변화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다. 참여자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한 캠페인은 성과공유회에서 하나의 세션으로 전시되었고,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보완점과 가능성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자원순환을 마을과 교육기관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이 열린 셈이다.


이날 수상식 현장에서 만난 참여자들의 소감은 단순한 자랑을 넘어선 진지함이 있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그런데 자원순환 캠퍼스 활동을 통해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하니 전체가 하나의 실험실이 되고, 우리가 낼 수 있는 목소리도 훨씬 커졌다.” 참여자 대표의 말속에는 공동체 속에서 배우고 성장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경기도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1년간의 성과를 보니 각 마을에서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도 이 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우리의 작은 캠페인이 행정과 지역 공동체 속에서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돌이켜보면, 이 상의 배경에는 두 가지 힘이 있었다. 하나는 지역 연계다. ‘자원순환마을 만들기’라는 틀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연결된 거대한 생활권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참여 구조다. 우리는 참여자 개개인의 자발성을 존중하면서도, 조직적으로 캠페인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활동은 일회성이 아닌 ‘생활 속 변화’를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을 이끄는 공공소통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직업을 알게 된 것도 큰 보람이었다. 관련된 정보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정리하며 다시금 깨닫는다.

봉사는 숫자로 측정되지 않는다. 몇 장의 종이를 아꼈는가, 몇 명이 참여했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점을 바꾸고, 그 변화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남겼는가가 중요하다. ‘페이퍼 버스터즈’는 종이 몇 장을 절약한 캠페인이 아니라, 환경 문제를 학문적 논의가 아닌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한 사례였다.


이번 수상은 종착지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점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분명하다. 자원순환의 경험을 지역사회와 더 폭넓게 공유하고, 울타리를 넘어선 지속가능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을과 대학, 행정과 주민이 함께하는 자원순환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변화이고, 우리가 멈추지 않는 한 계속될 흐름이다.


나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내가 버린 종이 한 장은 내일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봉사는 계속해서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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