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걸어온 길
부서 이동 첫날, 나는 마치 초등학교 전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책상은 새로 배정받았지만, 사무실 공기는 여전히 낯설고 무거웠다. 한쪽에서는 바삐 전화를 받고, 다른 쪽에서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작아졌다.
다행히도, 사무실에는 경험자들이 있어서, 어려운 부분을 쉽게 알려 주었다. 전임자에게 건바이건으로 전화를 하기도 하였다. “처음엔 다 그래요. 한 텀만 돌면 됩니다.” 전임자의 말은 의외의 위로였다. 그러나, 모든 건 "공문에 다 있어요"라고 하는 말에 조금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그동안 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 이후 동일한 전화가 계속 오더라도 최대한 열심히 알려 주게 되었다.
이후 나는 여러 업무를 배우며 동료들의 손길을 수없이 빌렸다. 홍보 포스터나 카드뉴스 같은 형태를 만들 때도, 내 생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기본 틀을 만들고, 젊은 감성을 가진 직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예산 입력 시스템이 말썽을 부릴 때, 몇 번씩 화가 났지만, 옆자리 직원이 “여긴 함께 누르면 시스템이 다운됩니다.”라고 말해 주어서, 나만 안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잘 지내기로 하고, 같이 티타임을 가지고, 점심을 나누고, 간식도 나눠 먹었다. 때로는 웃음 섞인 농담으로, 어떤 때는 재미있는 짤들을 공유하면서 팀 내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함께 해 주자 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나 아이디어 회의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면, 큰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홍보 부스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반지 만드는 체험을 할 때는 재료가 모자라 허둥대고 있었는데, 행사를 진행한 부스운영자들이 힘들지 않도록 “잠깐만요, 제일 한가한 내가 재료를 사 올게요. ” 하고 뛰어나가 재료를 구해왔다. 그 덕분에 아이들에게 약속한 체험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급하게 사는 바람에 예쁜 색이 많지 않았던 것은 좀 아쉬웠다.
민원 전화를 받으며 속이 상했던 날도 있었다. 학생과 기관들은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명확히 해 주지 않으면 안 되니깐, 단호하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아니, 차장님은 어떻게 화를 한번 안 내세요. 저희 같으면 전화 그렇게 못 받아요. " 그 말에 마음이 놓였다. 작은 배려였지만, 그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내가 아직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돌아보면, 내가 사회봉사단에서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사람’에게서 나왔다. 혼자였다면 금세 지쳐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옆에서 말로 힘을 주고, 재미있는 상황이나 짤을 공유해 주고, SOS를 요청할 때 거부하지 않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나는 버틸 수 있었고, 조금씩 배울 수 있었고, 결국 성장할 수 있었다.
사회혁신이란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 시작은 작은 연대에서 비롯된다.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가능했던 일. 그게 바로 내가 이 부서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이다.
퇴근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동료들에게 받은 그 따뜻한 말들을, 이제는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