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처럼 즐기며 배운, 환경이 일상이 되는 순간들
2025년 6월 7일, 안산문화광장 전망대마당에 모였다. 그곳은 ‘안산 시민 환경한마당’,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하루짜리 축제였다. 나는 그날 부스 운영자이자 도움자로, 동시에 배우는 경험자로 참여했다. 여전히 그날의 햇살과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선명하다.
행사장은 작은 마을 같았다.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얼쑤 마켓에서는 나눔 장터가 열렸다. 주민과 아이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물건을 고르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본부 쪽에서는 환경 그림 그리기 시상식이 열렸는데, 참가자들이 직접 그린 커다란 박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한 미술작품을 넘어 환경 메시지를 담은 그림들이었고, “우리 부서에서도 언젠가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 부스는 ‘문제보다는 해답을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체험 중심으로 꾸몄다.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만지고 느끼며 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그동안 진행했던 [리크레용 만들기]와 [병뚜껑 키링 제작]을 현장으로 가져왔다. 아이들은 뽀양이·하냥이 캐릭터 도안에 색을 칠하며 즐거워했고, 병뚜껑 색을 고르던 시민들은 작은 조각들이 하나의 키링으로 변하는 과정을 신기하게 지켜봤다. 나는 옆에서 키링 구멍을 뚫고 연결 고리를 달아주는 일을 도왔다. 한 어르신은 “내가 고른 게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질 줄 몰랐다”며 활짝 웃었고, 아이들은 “집에 가서도 또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확인했다. 환경 교육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전시존에서는 시화호의 변화, 기후위기의 현실, 에너지 절약, 자원순환 등 다양한 테마가 퀴즈 형태로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전시를 보고 답을 적어내며 “이제 내가 뭘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식이 단순히 정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다른 부스를 둘러보니 요즘 환경운동의 흐름이 ‘커피박 재활용’ 같은 생활 밀착형 소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준비한 업사이클링 작품들은 재료가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결과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드는 현장이었다.
기념식과 문화공연이 이어지자 현장은 더 따뜻해졌다. 전 연령이 함께 노래하고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 순간 환경 문제는 결코 무겁거나 멀리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일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바꾼다”는 표어가, 그날만큼은 문구가 아닌 실감 나는 약속처럼 다가왔다.
무엇보다 오래 남은 것은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애지중지 챙겨 온 텀블러를 손에 쥔 대학생, 옆 부스에서 배운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중년 참가자, “내년에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걸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이던 교사. 환경 이야기가 이렇게 즐겁고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행사장 전체가 거대한 학습장이자 실험실 같았다.
물론 전시와 체험은 하루 만에 끝났다. 그러나 그 하루의 경험 속에서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고, 작은 실천을 마음에 새겼을 것이다. 그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그 울림을 모아 내일의 변화로 이어가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작은 환경 실천의 장을 더 자주 열고, 개인의 작은 변화가 공동체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돕는 일이다. 안산의 그 하루는 나에게 늦게나마 합류한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멈추고 싶지 않다. 그 시작이 계속되길, 그리고 더 많은 얼굴들이 함께 웃으며 이 길을 걸어가길 간절히 바란다.